“모든 걸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개하겠습니다. 신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어요.”

지난달 26일 터진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61). 개장 12년 만에 맞닥뜨린 최악의 위기를 나름대로 조기 수습에 성공한 그의 표정은 홀가분해보였다. “비록 일부 직원이 사기 도박단과 짜고 몰래카메라를 카드박스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회사 측의 조직적 연루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재개장 이틀째인 12일 기자를 만난 최 사장은 “이번 기회에 강원랜드를 완전히 발가벗겨버렸다”며 “더 이상 투자자나 고객들을 실망시켜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인가.

“일단 정리가 됐다고 본다. 검찰수사만 남았고 회사 측도 사후적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했다.”

▷속전속결로 대응했는데.

“나는 공무원 출신(강원도 부지사)이다. 지금도 공직에 있다. 위기 상황을 여러 번 겪어봤다. 사고는 늘 터지게 마련이지만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 사장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기 도박단에 가담한 두 명의 직원을 색출한 뒤 경찰에 넘겼고 관련 영업자료도 모두 제출했다. 지난 10일에는 개장 이후 처음으로 휴장을 실시, 국제게임기구검증기관(GLI) 관계자 등 국내외 전문가 48명을 동원해 모든 게임기기와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점검을 받았다.

▷처음엔 많이 놀랐을 것 같다.

“그동안 즐겁게 찾아오신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선량한 피해자 아닌가. 그 다음엔 좀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강원랜드도 피해자다. 그래서 사건 전모를 빨리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루 휴장하고 일체 점검을 했다. 국내외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구석구석 조사했다. 깨끗하다고 나왔다. 오히려 카지노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전화위복이다.”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았다.

“사고 직후 집행이사 9명에게 사표를 내라고 했다. 그 중 조직 관리 책임이 큰 사람들의 사표는 수리했다. 사장이 인기관리를 할 필요는 없다. 예전엔 사고가 나면 다 쉬쉬했다. 이번에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을 물어서 그나마 잘 마무리된 거다.”

▷앞으로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건가.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카지노 운영을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카지노 운영 관리나 사고 방지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게임 진행은 물론 감시·감독, 기계 관리 등 모든 분야가 대상이다. ”

▷그래도 증권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음껏 투자해도 된다. 앞으로 손해는 안 보실 거다. 이번에도 주가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뭘 믿고 투자하라는 말인가.

“강원랜드는 국내에서 내국인 출입이 보장된 유일한 카지노다.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카지노 이외 사업도 성장성이 충분하다.”

▷규제 리스크는 어떻게 할건가.

“사행 산업은 규제를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경쟁자가 생긴다면.

“제주도나 인천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내국인 카지노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내국인 카지노가 더 생겨서는 안 된다. 당초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은 카지노 그 자체가 아니었다. 강원도 석탄 산업의 대체 사업을 찾다가 고용 효과 등을 고려해 카지노를 선택한 거다. 폐광 지역의 희생을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아직 목적 달성이 안 됐다.”

▷아시아 최고의 복합 리조트를 표방하고 있는데.

“아직 강원랜드 하면 다들 부정적인 이미지의 카지노만 떠올린다. 그 생각을 바꾸고 싶다. 강원랜드는 종합리조트다. 게임도 할 수 있지만 스키도 타고 골프도 칠 수 있다. 2015년엔 워터 파크도 생긴다. 사계절 휴양지가 되는 거다. 이번 사고는 그 꿈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믿고 지켜봐달라.”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