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건 배지, 얻은 건 광주시민의 사랑"
과분한 사랑에 많이 울어…지역벽 허물기 희망 봤다
광주서 계속 도전…호남발전 지역 일 많아
대구 출마 김부겸 의원, 자주 만나 서로 응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대선서 역할 찾을 것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평가를 반영하듯 해단식이 열린 지난 14일 그의 사무실엔 시민 수백명이 몰려 낙선을 아쉬워했다. 해단식에 앞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선거 기간 내내 울었고, 낙선한 뒤엔 더 울었다. 낙선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라며 “광주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왜 울었나.
“울지 않을 수가 없다. 선거 기간 광주시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성원과 사랑을 받았다. 이번엔 원이 없을 정도로 선거운동을 했다. 처음엔 배신자 취급을 받다 막판엔 몰려들던 시민들의 눈빛과 애정 어린 환호를 잊을 수가 없다. 떨어져서 우는 게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잃은 건 ‘국회의원직’이지만 지역민들의 ‘사랑’을 얻었고 또 그동안 내가 지역을 위해 발벗고 나서온 일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역장벽은 여전했다.
“높은 벽을 실감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지역구도 타파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요구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지역장벽을 깨뜨리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 독립이나 정부수립 산업화 민주화 등이 시대적 요구였다면 이제는 국민통합이 우리가 꼭 이뤄내야 할 절대명제다. 현실의 벽도 실감했지만 희망도 함께 봤다. 지역민들의 성원에서 머지않아 망국적 지역구도도 해소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왜 하필 광주였느냐는 얘기도 들었을 텐데.
“수도권에서 출마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지역을 위해 일하고자 정치를 선택했지 정치를 하기 위해 지역의 일을 한 게 아니었다. 정치는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지만 ‘지역 일’은 앞으로도 내가 활동할 수 있는 한 계속해야 할 일이다.”
▷2004년에 비해 엄청난 득표를 했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고 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지역정치 지형은 이번에도 크게 변한 게 없다. 아직도 광주에선 민주통합당, TK(대구·경북)에선 새누리당의 싹쓸이가 여전하다. 나는 광주에 대한 사랑을 17년간 지속해왔다. 아직도 부족해 떨어졌지만, 이런 진정성이 지역구도의 높은 벽을 언젠간 결국 허물어내게 될 것으로 본다.”
▷‘호남예산 지킴이’ 구호가 통한 것 같다.
“지역 언론에서 그런 구호를 붙여줬다. 지역구의 예산만 관심을 갖는 다른 의원들에 비해 내가 그동안 여수 신안 등 다른 호남지역의 예산을 적극적으로 따내온 것을 평가해준 것이다. 지역구도에 기대 표를 얻은 뒤 지역민보다는 소속 정당의 이해에 몰두했던 일부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어 일부러 구호로 내세웠다.”
▷아쉬움은 없나.
“왜 없겠는가. 당선이 됐더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텐테…. 하지만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건 꼭 정치라는 수단만을 통해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변함없는 것은 호남발전을 위해 다양한 구상을 현실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 탕평인사를 이끌어 낸다든지 남해안 해양관광산업과 광주 문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 등이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대구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선거 유세 내내 나와 같이 (지역주의 타파 사례로)묶여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자주 만났다. 만날 때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했다. 반대당이라 당선되라고 공개적으론 말은 못했지만.(웃음) 나는 김 의원이 ‘한국의 토니 블레어’라고 생각한다.”
▷향후 정치 계획은.
“지난 30여년간 강산이 세 번 변하도록 요지부동인 호남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할 작정이다. 호남정치에도 이젠 경쟁의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새도 양 날개를 가져야 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지역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고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근혜의 입’으로 통하는데 대선에서 역할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름대로 역할을 할 작정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원칙과 정도, 시스템을 중시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으려는 박 위원장의 정치포부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정현 의원 약력
△1958년 전남 곡성 출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위 총간사 △한나라당 16대 대선전략기획단장 △17대 총선 광주서을 후보 △17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박근혜 후보 대변인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예산결산특별위원
광주=최성국/김재후 기자 skchoi@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