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 3호’ 발사 이후 실패 시인까지 북한은 ‘깜짝 행보’를 이어갔다. 당초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는 14일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13일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 국가기구의 인선과 헌법개정 등을 결정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를 통해 김정은 지도체제 정비를 마무리한 뒤 광명성 3호를 ‘축포’로 쏘아올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개최 직전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미국의 평일 저녁시간대에 발사해야 국제사회에 대한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궤도 진입에 실패했음에도 “성공”이라고 주장했던 1998년, 2009년과 달리 이번에는 “궤도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발사 4시간20여분 만에 나온 조선중앙통신의 첫 보도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광명성 3호’가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 대비해 ‘인공위성’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이번 ‘광명성 3호’ 발사를 앞두고 “평화적 우주 이용 권리”를 강조하며 해외 언론과 전문가를 초청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 사전조치를 취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 행위 자체가 유엔 안보리결의 1874호를 위배한 것이긴 하지만 “인공위성”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궤도 진입 실패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인 15일 태양절까지 외신기자들이 머무르는 상황에서 성공했다고 거짓주장을 했다가는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개인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통신의 파급력과 위력을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에 대한 정보 통제가 예전만큼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는 만큼, 장거리 로켓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했지만 김정은과 권부에 대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몇 분 만에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대외적으로 다소 모양새를 구기긴 했지만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축포’로서의 역할은 충분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이날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를 열어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지난해 12월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제1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헌법개정을 거쳐 신설한 자리로,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의 최고 수위”라고 표현해 북한의 최고지도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올라 당·군·정의 수반에 추대되며 권력승계를 완료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