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의 거대 공룡 NHN이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중심으로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상헌 최고경영자(CEO)의 입지가 좁아지고 상대적으로 이 CSO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와 NHN에 따르면 이 CSO가 연초 사내 강연에서 '벤처 정신'을 강조한 뒤 NHN은 웹에서 모바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현재까지 18개의 모바일 앱을 선보인 네이버는 올 들어 5개 이상의 앱을 출시했다.

이 CSO가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하면서 회사 내부에서 그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1999년 네이버컴을 설립한 이 CSO는 개인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4.64%의 지분(4월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 CSO는 일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에 상주키도 했으나 최근 분당사옥으로 꾸준히 출근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 "모바일 시대에서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개발사"란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이후 NHN 직원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NHN은 이달 초 본부장·실장·팀장 등의 보직을 일부 없애고 전체 직원 20~30%의 부서를 재조정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통근버스 폐지와 사내 동호회 지원 중단 등 복지제도도 일부 조정했다. NHN 관계자는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이고 최고전략책임자라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약화됐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준호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공장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 COO는 이 CSO에 이어 가장 많은 지분인 3.75%를 보유중이다. 이 COO는 네이버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네이버 검색엔진을 만든 개발자로 국내에선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김상헌 CEO 취임 전까지 NHN의 수장이었던 최휘영 NBP 대표는 최근 선보인 오픈마켓형 서비스 '샵N'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NHN 서비스 대표를 지냈던 오승환 NHN 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준호 COO에 이어 0.5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보통주 5만 주(0.1%)를 장내 매도해 지분율이 떨어졌다.

전문가 집단인 이들 창업 초기 멤버와 달리 김상헌 CEO는 법조인 출신이다. 김 CEO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의사 결정이 신속하고 꼼꼼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에 대한 본격 진출이 느렸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입장을 모두 수렴하느라 의사 결정이 느리다"는 견해도 있다.

김 CEO는 현재까지 뛰어난 경영 실적을 보여줬다. 취임 첫해인 2009년 NHN은 1조3574억 원의 매출을 을렸고, 2010년 1조5148억 원, 지난해 2조1474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NHN의 시가총액은 13조 원에 달해 SK텔레콤을 넘어섰다.

한게임 부문은 NHN에서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정욱 한게임 대표, 서현승 이사 등의 퇴임 후 3개월이 지나도록 후임도 정하지 않았다. 정 대표 퇴임 후 게임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NHN 관계자는 "그동안 사내 강연을 꾸준히 해 온 이해진 CSO가 최근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고 글로벌 경쟁이 진행되자 창업자이자 CSO로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했을 뿐" 이라며 "기업 규모가 커지다 보니 경영진 각자의 역할이 나눠져 있으나 균형이 깨지거나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