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기준으로 건전성비율(보험금 지급 능력)이 14%대로 급락하면서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돼왔던 그린손해보험이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보유 중인 타법인 상장사 지분을 잇따라 처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여력비율이 0% 미만이면 감독규정에 따라 경영개선 명령이 내려지고, 경영개선 명령 이후 6개월 이내에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선 올 1분기 중 그린손보가 건전성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유지분 상당부분을 장내에서 매도할 것으로 보고 '매물 주의보'를 내린 바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그린손보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투자해 놓은 소프트웨어 전문사이자 코스닥 상장법인인 윈스테크넷의 보유지분 5.26%(약 51만7000주)를 지난 5일까지 장내에서 모두 매도했다. 나머지 보유주식 수는 88주에 불과하다.

그린손보는 윈스테크넷의 주식을 지난해 7월 최초로 매입했다. 9개월여 만에 투자한 돈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그린손보는 또 2007년부터 최초 매입해 10% 이상으로 보유지분이 늘어난 유가증권시장의 벽산 주식도 지난달 초까지 14만8600주(지분 2.17%)를 장내에서 팔았다. 이로써 벽산의 지분은 8%대로 낮아졌다.

이들 상장법인의 보유지분 변동은 소유지분 5% 이상에 달해 공시의무(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알려졌으며, 5% 미만의 타법인 보유 지분 역시 장내에서 매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손보 관계자는 "지급비율을 높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단순히 투자해 놓은 상장사 지분을 대체로 줄이고 있다"면서 "윈스테크넷 등 일부 상장법인의 지분을 대부분 매도했으며, 주로 장내에서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손보는 작년말 기준으로 계열사 등 특별관계자와 함께 비티앤아이(18.47%) 넥센(17.46%) 흥국화재(12.41%) 한화손해보험(11.14%) 전북은행(7.37%) 한국화장품(6.02%) 대한전선(2.93%) 바른손(2.38%) 동원수산(1.63%)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바른손, 대한전선, 동원수산 등은 작년 한때 지분율이 5%~8%대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린손보의 운용자산 중 유가증권의 잔액은 지난해 3월말 6357억원에서 연말에는 5751억원으로 약 6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윈스테크넷 등 그린손보의 매물이 장내에서 대부분 소화된 곳은 오버행(물량부담) 이슈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린손보의 상장사 보유지분은 평소 거래가 많이 되는 곳들을 위주로 단기 물량부담이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며 "더 매도할 주식이 없다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인 수급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린손보는 최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현 대표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함에 따라 'CEO 리스크'가 불거진데 이어 신안그룹과 인수·합병(M&A) 계획도 무산되면서 경영개선요구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그린손보는 당초 금융위원회에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신안그룹으로 지분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대주주와 이견 및 우리사주조합과 의견 불일치로 증자와 M&A 모두 무산됐다. 그린손보는 이달말까지 경영개선계획을 다시 재출해야만 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