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4·11 총선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내에선 과반은커녕 원내 1당조차 달성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한명숙 대표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소야대’ 총선 결과가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한 대표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등 여러 악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다만 당장 사퇴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비상대책위원회 등 수습책을 마련하고 물러날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대표는 12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당내에서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남긴 방문록 글 속에 한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대표도 심신이 지쳐 있고, 이번 총선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부 최고위원은 지도부 동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며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도 못했고 새누리당보다 훨씬 부족한 의석을 가진 것을 통렬히 반성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사퇴 후 조기 대선체제 전환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박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국민들께 참 죄송하다. 과반수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앞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사무총장은 이날 새벽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대표직과 함께 비례대표직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장성민 전 의원은 “민심이 준 정권 교체의 기회를 오만과 자만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망쳤다”며 “한 대표는 대표직,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비례대표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표직 사퇴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대표 사퇴 이후 차기 지도부 운영 방향을 두고 내부 조율이 여의치 않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를 새로 열어 지도부 면모를 일신해 12월 대통령선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현 상황에서 전대는 어려운 만큼 문재인 손학규 등 대선주자들까지 참여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기에 당 운영체제를 정비하지 않을 경우 내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