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0년 만에 최저치다. 채굴 기술 발달로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5월 인도분은 1000입방피트당 1.9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천연가스 가격이 2달러를 밑돈 것은 2002년 1월28일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천연가스값은 작년 여름 1000입방피트당 4.85달러까지 치솟은 뒤 59%가량 추락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락은 셰일가스 채굴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암반층에 저장된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시추 비용이 높았지만 최근 혁신적 기술이 개발돼 비용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셰일가스는 미국 전역에 광범위하게 매장돼 있다. 셰일가스가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로 분류된 후 미국의 천연가스 매장량 추정치는 35%가량 증가했다.

셰일가스 공급 증가로 천연가스 가격은 계속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트레이더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10~30%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스티븐 스코크 스코크그룹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천연가스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증가 뿐 아니라 수요 감소도 천연가스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올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 난방 연료 수요가 줄었다. 미국 전체 가정의 절반가량이 천연가스를 난방 연료로 사용한다.

뉴욕타임스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연가스가 화학, 비료, 알루미늄, 철강 등 제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스코크 애널리스트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미국 제조업이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값 하락으로 미국 기업이 만드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화학협회(ACC)에 따르면 유럽과 한국에서 1000입방피트당 각각 11달러, 14달러에 이르는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에서는 2.25달러에 불과하다. 셰일가스 생산 증가에 따른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도 최근 미국에 제조업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배경으로 천연가스 생산 확대에 따른 에너지 비용 절감을 꼽았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이유로 미국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