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부산의 文風, 盧風보다 셌다
민주통합당의 부산·경남(PK) 선거전을 이끈 문재인 상임고문(사진)의 정치적 위상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야권의 불모지인 부산에서의 당선으로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에서 확보한 의석수는 2곳에 그쳤으나 18개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40%에 달았다. 이는 지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부산에서 얻었던 30%초반의 득표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문 고문의 대권도전 행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선거기간 중 대권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5일 부산 지역 유세에서 “국회의원 한 번 하려고 정치를 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일에 제 힘을 다하겠다”며 대권도전을 공식화한 그다.

선거 초반 정수장학회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도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낙동강 벨트’에 출마한 야권 후보들의 성적이 저조한 데 대해 문 고문은 “결과를 떠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산·경남 낙동강 벨트에서 지역의 정치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것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변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향후 야권의 대권 구도는 문 고문이 한발 앞서가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 등이 도전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일각에선 ‘정치인 문재인’의 영향력이 야권 내에서 한층 강화되면서 당의 주도권이 문 고문 쪽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총선 선거전을 지원했던 손 고문이나 강남을에 출마한 정 고문 입장에서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총선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들어 대권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이어가고 있는 안 원장은 문 고문과 함께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은 후보로 꼽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위원장과의 1 대 1 대결에서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야권 주자들의 본선 경쟁력에 심각한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안 원장이 직접 대선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6월부터 대선 후보경쟁에 본격 돌입하는 물리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시간적으로 촉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의 대권 구도에 대격변이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든 구원투수로 투입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