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국회의원 300명이 선출되었다.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 19대 국회다. 이념적 정체성과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가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때가 없었다. 더구나 올 12월 대선으로 가는 여정이 가로놓여 있다. 그렇지 않아도 4류 정치에 대한 비판이 거센 터라 올 한 해 국정이 걱정된다. 10가지 사항을 당부한다.

1.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라

19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30일부터다. 국회법에 따라 6월5일에 첫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 개원협상은 매번 지연됐던 것이 상례다.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힘겨루기 탓이다. 지난 18대 국회는 여당이 과반수였지만 첫 임시국회는 무려 42일이나 늦게 개회했다. 올해는 더 험난할 것이다. 이런 악습부터 근절하길 바란다.

2.대선 투쟁에 함몰되지 마라

올 12월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총선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은 대선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래 권력들이 충돌하면서 불꽃이 작열할 것이다. 19대 국회가 잘 돌아가기 틀렸다는 걱정이 많은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그러나 언제 어느 때건 국가가 정당보다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에 포획돼 나라가 망해도 내 편이 이기면 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당선자들은 곧 국회의원 선서문을 읽게 될 것이다. 그 내용을 잊지 마시기를 바란다.

3. 法 함부로 만들지 마라

입법권이 남발되고 있다. 18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지난해 말까지 1만1016건으로 17대 국회 5728건, 16대 국회 1651건에 비해 2배, 7배나 늘어났다. 그러나 가결률은 5.4%(601건)에 불과해 17대 12.1%(697건), 16대 15.6%(259건)에 크게 못 미쳤다. 하루 8개씩 법안을 쏟아냈지만 정작 법제화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입법화된 것들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정하고 중기적합 업종을 만드는 따위가 전부다. 법이란 개인의 재산권을 침탈하거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게 마련이다. 다수결로 방망이를 두드렸다고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성에 기반한 제대로 된 법이라야 한다.

4. 국회의원은 지역 일꾼 아니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주변엔 “지역 선거공약을 잘 보고 뽑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에 가서 지역 사업과 예산을 하나라도 더 따와 지역구 땅값이라도 올릴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포퓰리즘이다. 국회의원이 가끔 엉뚱한 법안을 만드는 것도 이런 것이 원인이다. 국회의원은 지역민을 대표해 국가의 보편적 결정에 참여하는 전체 국민의 의원이다.

5. 특정 집단 대변도 금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절충해 이를 입법에 반영하는 것도 국회의 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특정 이익집단에 끌려다니며 마치 이들의 대변자처럼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 문제가 대표적이다. 약사협회장 출신 의원이 포진해 있는 해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의 85%가 원하는데도 약사회 눈치만 보며 손을 놓고 있다가 결국 또 다시 법 개정을 미루고 말았다. 준법지원인제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피해구제 특별법 역시 국회가 특정 집단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결과다.

6. 시장원리 제대로 공부하라

여야를 막론하고 무상복지 시리즈 경쟁이었다. 다 실현하려면 5년간 268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복지지출 92조원에 더하면 146조원이다. 전체 예산의 42%에 이르는 규모다.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어렵다. 결국 세금을 왕창 거둬들여 국민의 등골을 휘게 만들거나 국채를 발행해 후손들에게 빚을 떠안겨야 한다. 툭하면 시장에 개입해 문제를 풀려는 것도 문제다. 전셋값 이자율 통신료 수수료 기름값 등을 무조건 누르기만 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떠든다. 하지만 그런 규제는 결국 서민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 마녀사냥식 반기업 정책도 마찬가지다. 투자와 일자리가 줄면 결국 국민의 경제적 고통만 커질 뿐이다. 개방과 경쟁이 더 강한 경제를 만들어내는데도 이를 반대하는 게 마치 국익을 위한 것인 양 호도하는 진원지도 바로 정치다. 시장원리부터 제대로 공부하기 바란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지 않나.

7. 도둑처럼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라

김정은의 북한은 여전히 예측불허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같은 도발이 계속되는 것도 북한 체제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김정은이 언제까지 북한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하기 힘들다. 우리는 남북통일의 민족사적 담론을 준비해야 한다. 국회에서 종북,친북 등 반통일 현상유지 세력이 활개를 친다면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기약할 수 없다. 19대 국회는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무엇을 할지 대비해야 한다.

8. 초선의원 행동대 아니다

이번 총선서 당선된 청년 의원들이 과연 기성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는 확신이 없다. 과거에도 국회 내 폭력에 행동대 노릇이나 하다 한낱 소모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기성 정치의 꼭두각시가 돼선 안 된다. 반값 등록금 등 청년들의 고민을 앞장서 해결하겠다고 외치는 청년의원들이다. 그러나 자신의 설익은 사상을 인정하고 공부부터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세대의 재앙을 청년의원들이 앞장서서 만들지도 모른다.

9. 최소한의 품위 유지해 달라

막말은 이번 선거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고 말았다. 반(反)지성이 지성을 조롱하는 추악한 몰골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 방송과 국회에서의 발언은 달라야 한다. 차마 입으로 옮기기조차 창피할 정도의 단어들이 국회에서조차 난무한다면 절망이다. 할말, 안할 말 구분조차 못하는 개념없는 국회의원들을 계속 봐야 한다는 건 정말 역겹다. 공중부양 활극을 벌이는가 하면, 망치로 출입문을 부수고 명패를 깨고 폭력을 휘두르는 의원들도 많았다. 최루탄까지 터질 정도 아니었나.

10. 의원특권 절반 포기하라

금배지의 실제가격은 2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원 한 명당 세비, 각종 수당과 지원금, 보좌진 급여 등을 합하면 6억원 가까운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 여기에 200가지가 넘는 특권이 또 따라붙는다. 헌법에 규정된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에다 KTX공짜 탑승에서 공항 귀빈실 이용에 이르기까지 적시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것도 모자란다고 또 밥그릇을 챙긴다. 세비 인상, 종신연금 도입에 여야가 없었다. 특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북유럽 의원들과는 딴판이다. 특권의 절반이라도 기꺼이 포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