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커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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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간단히 내려먹는 핸드드립, 그날그날 마음 따라 맛도 달라져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
지난주는 커피에 담긴 청춘스케치와 낭만을 얘기했다. 이제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커피는 커피전문점의 폭발적인 확산뿐만 아니라 커피를 추출하고 맛보고 기호에 따라 평가하는 커피 ‘취향’ 또한 다양해지며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단순한 음료 한 잔이 아니라 소통과 공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필자는 앞서 말한 커피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담론이 아니라 혼자 즐기는 커피의 오묘함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보통 커피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정에서 쓰기에는 부담스러우니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커피를 알려드리고 싶다. 대표적으로 ‘핸드드립’이라는 방식이 있는데, 최근에는 커피애호가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준비물로는 원두를 가는 커피분쇄기, 분쇄한 커피를 담을 여과지, 그리고 추출을 하기 위한 깔때기 모양의 드리퍼,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아, 그리고 자신이 맛보고 싶은 원두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의 맛이 그날그날 아주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커피 맛은 원두를 볶는(로스팅) 날짜, 보관상태, 추출기구의 온도, 분쇄된 원두의 크기 등 일반적인 컨디션에 좌우되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적어도 필자의 기준에서는 그날 커피를 추출해 마시려는 한 사람의 ‘태도’가 절대적이다. 필자는 평소 아침 출근 후 업무를 시작하기 전 핸드드립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을 수 있으랴. 평온한 아침에는 정성껏 팔을 돌려가며 원두를 갈고, 일정한 물줄기를 내리기 위해 온 신경을 손목 힘과 각도에 쏟는다. 그러나 때론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거나 급박한 이슈가 발생한 날에는 빨리 그리고 대충 커피를 추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둘의 맛은? 당연히 전자가 훨씬 낫다. 분쇄한 원두가 여과지에 담길 때의 내음, 처음 원두를 적실 때 부풀어 오르는 빵모양의 형상, 리드미컬한 손놀림으로 그려지는 원형의 물줄기, 이 모든 조화는 바로 커피를 대하는 태도와 정성에 달려 있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흡사 골프 연습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아무런 잡념 없이 오로지 한곳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다른 차원의 명상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여럿이 마시는 커피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갖게 하고, 혼자 음미하는 커피는 느리지만 고요한 여유를 갖게 하는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소중한 손님을 위해 직접 커피를 갈고 내려주는 정성 또한 관계를 돈독히 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겠지만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맛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때가 온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커피를 어떻게 대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곁에 둔 커피가 매일 다르게 전해주는 블랙의 행복을 느껴보기 바란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
오늘 필자는 앞서 말한 커피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담론이 아니라 혼자 즐기는 커피의 오묘함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보통 커피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정에서 쓰기에는 부담스러우니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커피를 알려드리고 싶다. 대표적으로 ‘핸드드립’이라는 방식이 있는데, 최근에는 커피애호가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준비물로는 원두를 가는 커피분쇄기, 분쇄한 커피를 담을 여과지, 그리고 추출을 하기 위한 깔때기 모양의 드리퍼,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아, 그리고 자신이 맛보고 싶은 원두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의 맛이 그날그날 아주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커피 맛은 원두를 볶는(로스팅) 날짜, 보관상태, 추출기구의 온도, 분쇄된 원두의 크기 등 일반적인 컨디션에 좌우되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적어도 필자의 기준에서는 그날 커피를 추출해 마시려는 한 사람의 ‘태도’가 절대적이다. 필자는 평소 아침 출근 후 업무를 시작하기 전 핸드드립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을 수 있으랴. 평온한 아침에는 정성껏 팔을 돌려가며 원두를 갈고, 일정한 물줄기를 내리기 위해 온 신경을 손목 힘과 각도에 쏟는다. 그러나 때론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거나 급박한 이슈가 발생한 날에는 빨리 그리고 대충 커피를 추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둘의 맛은? 당연히 전자가 훨씬 낫다. 분쇄한 원두가 여과지에 담길 때의 내음, 처음 원두를 적실 때 부풀어 오르는 빵모양의 형상, 리드미컬한 손놀림으로 그려지는 원형의 물줄기, 이 모든 조화는 바로 커피를 대하는 태도와 정성에 달려 있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흡사 골프 연습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아무런 잡념 없이 오로지 한곳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다른 차원의 명상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여럿이 마시는 커피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갖게 하고, 혼자 음미하는 커피는 느리지만 고요한 여유를 갖게 하는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소중한 손님을 위해 직접 커피를 갈고 내려주는 정성 또한 관계를 돈독히 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겠지만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맛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때가 온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커피를 어떻게 대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곁에 둔 커피가 매일 다르게 전해주는 블랙의 행복을 느껴보기 바란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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