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기업 A사의 전략기획실. 오전부터 임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하더니 오후 서너시가 되자 거의 전원이 나왔다. 이들은 하루 종일 TV를 통해 투표 상황과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했다. 한 관계자는 “총선 결과가 경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자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민주화, 재벌개혁 등의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이른바 ‘대기업 때리기’가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동시에 총선 이후 나타날 각종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면서 경영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달라진 정치·사회적 환경에 걸맞게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외부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내놓은 총선 논평에도 기업이 안고 있는 불안과 고민, 정치권에 대한 주문들이 행간에 잘 담겨 있다.

전경련은 “각 당은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19대 국회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의는 “지나친 대립과 정쟁을 지양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해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통합의 국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석/김대훈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