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에서는 해마다 10대 남녀 24명을 추첨해 생존 게임을 펼친다. 상대방을 죽이고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는 게임이다. 이 모든 광경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어린 여동생을 대신해 참가하기로 결심한 소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피타(조시 허처슨)가 게임장으로 떠난다.

지난 5일 개봉한 ‘헝거게임:판엠의 불꽃’(게리 로스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바이벌 쇼에 로맨스와 정치 드라마를 혼합한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다. 2600만부나 팔린 수잔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4부작 중 첫 편. 최근 미국에서 열흘 만에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외관은 야생 서바이벌 쇼다. 숲속에 버려진 참가자들은 필요한 도구를 얻어 먹을 것을 구하고 편을 짜서 서로를 죽인다. 그 안에는 질투와 시기, 인종 차별, 로맨스가 담겨 있다. 이것을 TV쇼로 생방송하는 대목에서는 시민들을 공포로 다스리는 정치극의 면모를 보여준다. 지배층은 화려하게, 피지배층은 무채색 환경으로 그린다.

살인 게임을 둘러싼 인간 심리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캣니스의 두려움과 공포,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 방어적으로만 살인하는 캣니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다. 그녀가 위기에 처하자 시청자들은 함께 걱정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는 장차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을 암시한다. 극중 TV 시청자들이 캣니스에게 감정이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캣니스 편에서 감상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설정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배틀로얄’이 영화제용 영화로 끝났던 것과 다르다. ‘배틀로얄’은 단순히 죽이기 게임을 다룬 ‘싸구려’였다. 표현방식도 지나치게 잔혹했다. ‘헝거게임’은 적어도 관객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