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피지수는 추가적인 악재나 호재가 없어 수급에 따라 박스권 안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날 오전에 예정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설에 따라 증시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1% 이상 하락, 약 한달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 초반부터 기관과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발목을 잡았고, 이후 외국인도 '팔자'로 돌아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의료정밀, 건설, 기계, 증권, 운수창고 등이 3~4%대 미끄러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부활절 연휴로 사흘만에 개장, 3월 고용지표가 이제서야 반영돼 1%대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6일에 발표된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12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증가 예상치인 20만6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3월 실업률은 8.2%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줄어들었다.

증시전문가들은 기존 박스권이 지켜지고 있어 증시가 추가적으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이탈했지만, 큰 그림에서는 1980~2060포인트의 박스권이 지켜지고 있다"라며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지수가 심리적 경계선인 2000선을 밑돌아 지지력 확인이 필요하지만 기존 박스권 밴드(1900대 중반~2050선 전후)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틀랜타 중앙은행 주최 컨퍼런스에서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15분께 시작되는 버냉키 FRB 의장의 연설도 미국 경제 지표 부진에 따라 냉각된 투자심리를 풀어줄 지 주목된다. 금융안정성에 관한 강연이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임 연구원은 "이전부터 고용회복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해 온 버냉키 의장이 애틀란타 중앙은행 컨퍼런스 연설에서 그의 판단과 의지를 재확인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체력(펀더멘텔)과 무관한 변동성 확대 내지 추가 조정은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추가 조정시 기존 주도업종, 정보통신(IT)과 자동차를 매수할 것"을 권했다.

곽 연구원도 "스페인발(發) 유럽 재정우려와 미국 고용지표 부진이라는 악재에도 외국인의 매수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며 "실적 기대감 및 가격 매력이 높은 정보통신(IT), 자동차, 은행, 건설, 유통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