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희승 전남의대 교수 "1분 내 현장 도착…의료진 170명 호흡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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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F1 최고의료책임자 범희승 전남의대 교수
의사만 50여명 '사실상 종합병원'
"틈날 땐 자동차 몰고 서킷으로…최고 시속 240㎞까지 달려봤죠"
의사만 50여명 '사실상 종합병원'
"틈날 땐 자동차 몰고 서킷으로…최고 시속 240㎞까지 달려봤죠"
“레이서들이 나를 만나기 싫어해요. 왜냐하면 서킷(자동차 경주장)에서 날 만난다는 것은 큰 사고가 났을 때니까요.”
한국인 최초로 포뮬러원(F1) 최고의료책임자(CMO·Chief Medical Officer)가 된 범희승 전남대 의대 교수(사진). 그는 지난주 국제자동차연맹(FIA)으로부터 오는 10월 열리는 F1코리아그랑프리의 CMO로 승인받았다. CMO는 F1 경기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들을 진두지휘하는 최고 책임자를 말한다.
아시아핵의학협력회의 의장이기도 한 범 교수. 그는 어떻게 자동차경주와 인연을 맺었을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제법 있었는데 마침 근무처가 있는 광주와 가까운 영암에서 대회가 열리니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한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F1 의료팀이 하는 일에 대해 묻자 이내 범 교수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국내외 의사 50여명을 포함해 전체 의료진이 170명에 달합니다. 서킷 내의 종합병원이죠. 경기 중 사고가 나면 1분 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스포츠카 못지않은 차량 4대와 앰뷸런스 9대, 헬기 2대가 상시 대기합니다.” FIA 규정에 따르면 F1 의료팀에는 외상치료, 응급 개복·혈관수술, 화상치료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의료진 숫자가 많다보니 훈련도 만만치 않다고 그는 전했다. 범 교수는 “10월까지 의료진 전원이 4차례 리허설을 할 예정”이라며 “사고 시 레이서를 구출하는 작업부터 대형병원으로 후송하는 훈련까지 호흡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훈련이 제대로 안돼 있으면 국가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유사시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중소형 규모의 국내 자동차대회는 수시로 가본다고 설명했다.
범 교수는 한국인 첫 F1 CMO 배출 의미와 관련, “2010년 코리아그랑프리 첫 대회 때 호주의 릭 하겐 CMO 외에 외국 의료진 10여명이 한국에 와서 대회를 컨트롤했는데 작년에 5명, 올해는 2명으로 줄었다”며 “이는 한국의 모터스포츠 의료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운전을 즐긴다는 범 교수는 “차를 좋아하니 이 일도 맡게 됐다”며 “가끔 ‘애마’(렉서스 L460)를 몰고 서킷에 나오는데 시속 240㎞까지 찍어봤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느낌이 도로와는 많이 다르냐고 물으니 “안 타본 사람은 모른다(웃음)”며 스피드 마니아임을 숨기지 않았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 레이스에서 벌어지는 위급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CMO는 F1 개최 국가의 관장기구가 선임하면 FIA의 의료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2008년부터 2년간 화순전남대병원장을 지낸 범 교수는 전남도 F1조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까지 2년간 F1코리아그랑프리에서 부CMO 직무를 수행하는 한편 터키·일본·호주그랑프리 등에 참가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 포뮬러원(F1)
Formula 1. 포뮬러는 포장도로를 이용한 경주용 자동차 경기다. 8기통 이하 3000㏄의 F1, 3000㏄ 이하의 F2, 4기통 2000㏄ 이하의 F3로 나뉜다. 세계 선수권 타이틀이 걸린 F1 그랑프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회로 150여개국에서 40억명 이상이 시청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한국인 최초로 포뮬러원(F1) 최고의료책임자(CMO·Chief Medical Officer)가 된 범희승 전남대 의대 교수(사진). 그는 지난주 국제자동차연맹(FIA)으로부터 오는 10월 열리는 F1코리아그랑프리의 CMO로 승인받았다. CMO는 F1 경기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들을 진두지휘하는 최고 책임자를 말한다.
아시아핵의학협력회의 의장이기도 한 범 교수. 그는 어떻게 자동차경주와 인연을 맺었을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제법 있었는데 마침 근무처가 있는 광주와 가까운 영암에서 대회가 열리니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한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F1 의료팀이 하는 일에 대해 묻자 이내 범 교수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국내외 의사 50여명을 포함해 전체 의료진이 170명에 달합니다. 서킷 내의 종합병원이죠. 경기 중 사고가 나면 1분 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스포츠카 못지않은 차량 4대와 앰뷸런스 9대, 헬기 2대가 상시 대기합니다.” FIA 규정에 따르면 F1 의료팀에는 외상치료, 응급 개복·혈관수술, 화상치료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의료진 숫자가 많다보니 훈련도 만만치 않다고 그는 전했다. 범 교수는 “10월까지 의료진 전원이 4차례 리허설을 할 예정”이라며 “사고 시 레이서를 구출하는 작업부터 대형병원으로 후송하는 훈련까지 호흡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훈련이 제대로 안돼 있으면 국가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유사시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중소형 규모의 국내 자동차대회는 수시로 가본다고 설명했다.
범 교수는 한국인 첫 F1 CMO 배출 의미와 관련, “2010년 코리아그랑프리 첫 대회 때 호주의 릭 하겐 CMO 외에 외국 의료진 10여명이 한국에 와서 대회를 컨트롤했는데 작년에 5명, 올해는 2명으로 줄었다”며 “이는 한국의 모터스포츠 의료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운전을 즐긴다는 범 교수는 “차를 좋아하니 이 일도 맡게 됐다”며 “가끔 ‘애마’(렉서스 L460)를 몰고 서킷에 나오는데 시속 240㎞까지 찍어봤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느낌이 도로와는 많이 다르냐고 물으니 “안 타본 사람은 모른다(웃음)”며 스피드 마니아임을 숨기지 않았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 레이스에서 벌어지는 위급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CMO는 F1 개최 국가의 관장기구가 선임하면 FIA의 의료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2008년부터 2년간 화순전남대병원장을 지낸 범 교수는 전남도 F1조직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까지 2년간 F1코리아그랑프리에서 부CMO 직무를 수행하는 한편 터키·일본·호주그랑프리 등에 참가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 포뮬러원(F1)
Formula 1. 포뮬러는 포장도로를 이용한 경주용 자동차 경기다. 8기통 이하 3000㏄의 F1, 3000㏄ 이하의 F2, 4기통 2000㏄ 이하의 F3로 나뉜다. 세계 선수권 타이틀이 걸린 F1 그랑프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회로 150여개국에서 40억명 이상이 시청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