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9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통한 산업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성과공유제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최근 불거진 반(反)기업 정서는 골목상권 진출 등 대기업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성과공유제 도입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부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이날 포럼을 마친 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방문해 박한용 사장으로부터 성과공유제 추진 현황을 듣기도 했다.

그는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산업 간 융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지경부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직이 한 번 흐트러지면 추스르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의 경영 실적을 나눠 갖자는 얘긴데 사후적인 결과만 나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기술정보, 경영 노하우 등 주요 경영 요소의 사전 공유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 장관=성과공유제가 당초 취지대로만 시행되면 모든 걸 포괄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이 공동 기술개발에 사전 합의하고 계약한 대로 성과를 나누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달부터 시행한 성과공유 확인제로 기업들은 제도 이행을 법적으로 증명받을 수 있다. (나중에) 성과공유제를 산업현장에 정착시킨 장관으로 평가받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대기업의 양보와 배려에 의존하는 제도는 동반성장이 아닌 일방적 시혜나 다름없다. 이런 형태의 상생협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홍 장관=정부의 친시장 정책은 변한 게 없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은 존립을 위협받는 시대다. 기업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이 바로 중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다. 여론몰이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감 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진출 등 일부 잘못된 행태는 시정돼야 한다.

▷신희택 서울대 로스쿨 교수=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을 지켜보면 행정부마저 포퓰리즘 같은 정치적 행태를 띠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홍 장관=동반성장 정책을 포퓰리즘이나 기업 규제로 봐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두 발주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국가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중소기업들에 경영 예측성을 높여주는 노력이라고 이해해주기 바란다.

▷현정택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지난해 무역 1조달러 달성이란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는 무역의 규모가 아니라 구성이다. 제조업 수출에 비해 지식 서비스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홍 장관=제조업 수출과 서비스 수출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은 맞다. 제조업 수출은 세계 9위권이지만 서비스 수출은 2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하는데 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기득권을 버리면 시장이 확대되고 성과도 커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역 1조달러를 넘어 2조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융합산업 육성도 필수적이다.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중소기업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게 많아 더 성장하지 않고 중소기업 범주에 그대로 머무르려는 기업이 많다. 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 있는가.

▷홍 장관=중소기업들의 꿈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사라지는 갖가지 혜택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기업도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가는 길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중견기업 육성대책을 마련 중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IT 융합 시대를 맞아 지경부의 기능과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차기 정부에서 지경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홍 장관=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 부처의 조직 개편이 화두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부처 기능의 통폐합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기존 조직의 효율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이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 조직이 한번 흐트러져 제자리를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산업 정책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원전 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킬 해법이 필요하다.

▷홍 장관=무엇보다 원전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원전 운영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이정호/조미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