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회화의 거장 루벤스의 둘째부인은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다. 그러나 정작 그를 모델로 그린 작품들을 보면 그저 볼품없는 비만의 여인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한창 풍요를 구가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선 살찐 여성이 미인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도 당나라 때는 풍만한 여인이 대세였다. 그러나 명나라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에스(S)라인 형의 미인들이 화폭을 점령한다.명나라 4대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당인(唐寅·1470~1524)의 ‘왕촉궁기도(王蜀宮妓圖)’에는 그런 새로운 미인관이 반영돼 있다.

미인의 기준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분명한 것은 병약한 미인의 선호는 사회의 불건강성을 보여주는 적신호라는 점이다. 우리의 에스라인 선호가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