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붓을 준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삼청동 가모갤러리에서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금동원 씨의 초대전이 한 가지 답을 일러준다.

‘아득한 은유’를 주제로 한 10여점의 연작은 화가가 바라본 자연을 화려한 색채와 친숙한 형상들로 구현한 것. 자연의 해체와 재구성, 색채의 주관적 해석을 통해 원초적인 율동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나무 꽃 물고기 새 등이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고, 자연의 형상을 빌린 색채 또한 독창적인 시각에 의해 새로운 빛을 띤다. 형상과 색채를 마치 자연의 원소처럼 조화로운 방식으로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그 역동적인 율동 속에서 관람객들은 시의 운율을 맛볼 수 있다. 이는 색채와 형상을 통해 발산되는 자연의 생명력과도 맞닿는다.

특히 색채 조합이 눈부시다. 원색에 가까운 색들은 보색 대비, 혹은 계통색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결합해 절묘한 합창음을 만들어낸다. 겉모습은 현대 서양화이지만 의미는 지극히 동양적인 셈이다.

“초기 작품에 비해 대상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 혹시 추상으로 나아가는 징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그때그때의 감성에 충실할 뿐”이라며 “다만 자연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깊어갈수록 추상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도 높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화가가 붓으로 써내려갈 조형시의 다음 장이 궁금해진다. (02)730-466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