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이틀 후로 다가와 있기에, 우리의 관심은 온통 표심잡기에 여념이 없는 여야 지도부와 격전지역에 쏠려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총력적으로 대남정권 비방과 총선개입을 자행하고 있으며, 대내외 ‘강성대국’의 피날레를 광명성 발사로 장식하려 하고 있다.

총선은 지난 4년간 민의의 대변자로 일해온 지역 국회의원과 여당 야당에 대한 평가활동이며 국민들의 쌍방향 소통행위다. 그렇지만 최근 여야의 총선전술은 이 총선공간을 비틀고 왜곡해 말초적인 감성 처방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야당은 미리 총선승리 자신감에 도취된 나머지 책임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 제시를 등한시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야권연대란 이름으로 전국적인 후보단일화는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그간 상당히 이질적인 양태를 보여주었던 두 개의 정당이 향후 어떻게 지속적으로 정책연대를 성공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구상이나 디자인을 밝힌 바가 없다. 지난 3월10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양당 대표 명의로 발표된 ‘야권연대합의문’은 말이 합의문이지 양당 총선후보 단일화 방식과 경선규칙을 정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선언적으로 양당 공동정책합의문을 별첨형식으로 붙이고 있으나 기존의 양당이 각기 달리 존재해왔던 정책적 차별성과 특이성을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이들이 채택한 ‘반값 등록금’ 문제와 ‘비정규직 해소’ ‘재벌개혁’ ‘무상의료’ 등 민감한 사안이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조되고 구현될 것인지에 이들의 대답은 신통치 못하다.

특히 자주외교 구호 하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주요 현안인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안적 합의나 발표가 없었다. 미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이 이를 군사적 위협행위로 간주하고 자위책 강구에 온 힘을 쏟는데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없는 것은 정부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이에 대한 대책이 득표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난이성도 있지만 야권연대를 표방한 두 야당이 통일적 대안을 갖기 어려운 것이 이것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라면 정부 여당의 무대응 무반응 정책은 야권 성향의 유권자를 향한 표심잡기전술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총선정국에 매몰돼 정부 여당이 구체적인 대안을 부담스러워하고 주저하는 사이 북한은 벌써 멀리 나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북한이 보여준 행태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강성대국 완성 및 진입의 해’라는 정치적 쇼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등장 이후 기존의 대남노선과 다를 수 있다는 그 어떤 기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굶어죽는 북한주민들을 배려하는 정책적 대안은 나타나지 않고, 기존의 강고한 군사강국을 고집하는 1인지배체제의 고착화가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정일 없는’ 후계자 김정은 체제는 한반도의 안전관리란 측면에서 위험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찬스이기에 우리의 총선정국이 이것을 실기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일정은 이번 총선 이후 연말 대통령 선거와 바로 연결돼 있다. 대선 정국 또한 여야 모두 소신있고 분명한 대북정책을 주저하게 만들지 모른다. 구조적으로 북한의 새로운 정권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이 자행한 일련의 도발행위와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조치들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해제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 ‘김정일 없는 김정은 체제’는 더욱 더 대남갈등유발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기에 총선과 대선의 표심잡기 정치 와중에서도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보와 직결되는 대북문제와 대북정책을 국민적 소통의 중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안목있는 정치가다. 북한의 광명성 발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안보적 우려를 총선이 가려서는 안 된다.

이조원 < 중앙대 교수·국제정치 lcw658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