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갑 선거구에서 여권과 야권 성향 후보들이 2 대 2대로 나뉘어 ‘표 나눠먹기’ 경쟁을 벌이는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대다수 수도권 박빙 경합지역에서 여야 후보가 1 대 1 맞대결을 펼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면목 본동~7동, 상봉2동, 망우3동 유권자가 대상인 중랑갑은 강북의 대표적인 서민·중산층 선거구다. 지난 17, 18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한번씩 의석을 주고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권에서 김정 새누리당 후보와 공천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정현 후보가, 야권은 서영교 민주통합당 후보와 공천배제로 무소속 출마한 이상수 후보가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리서치앤리서치여론조사에 따르면 서 후보가 22.2%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유 후보(17.6%), 이 후보(17%), 김 후보(12.7%)가 뒤를 바짝 쫓는 양상이다.

현 4파전 구도로 간다면 30% 득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선거 막판 후보들 간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여권에선 김 후보와 유 후보가 지난 7일 단일화 협의에 들어갔지만 쉽지 않다. 김 후보는 8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대단결을 위한 국민의 열망에 대한 유 후보의 답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단일화는 없을 것이며 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에 단일화를 거론하는 것은 나를 단일화를 거부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야권에서도 서 후보가 “지난 4년 전 분열돼 졌는데 이번에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말했으나 이 후보는 “네 명 다 가능성이 있는데 누가 단일화를 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주민들도 단일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가정역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박모씨(60대)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데 힘을 합쳐 단일화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면목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씨(40대·여)는 “지역에 기반을 둔 야당 후보를 뽑을 건데, 여권이 단일화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