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 은퇴 준비하면 된다고요? 천만에요. 취직과 동시에 은퇴 후 삶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사진)은 “언제부터 은퇴 준비를 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국 사람들의 은퇴 준비 시기가 너무 늦고 준비도 제대로 안돼 있다는 얘기다.

우 소장은 은퇴 준비는 단 하루라도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40대 이후에나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의 은퇴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퇴설계 자체가 생애설계(life planning)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오래전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외국에선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액을 장기간 투자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20대 초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적립식 펀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노후 준비와 관련해 ‘카페라테 효과’를 예로 들었다. 우 소장은 “한 잔에 4000원이 훌쩍 넘는 카페라테를 하루에 한 잔씩 마시지 않고 아끼면 한 달에 12만원이 되는데, 만약 이 돈을 매월 적립식 투자로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30년 후 1억3000만원(기대수익률 6% 적용)이 된다”며 “커피값이 올라가는 만큼 투자액을 늘리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투자자들에겐 소액으로라도 장기간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퇴설계에 앞서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자신의 공인인증서로 국민연금 사이트에 들어가 어느 정도의 연금을 탈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또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만기 때, 가능하면 목돈으로 타지 말고 종신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을 통해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우 소장은 특히 “금융상품 중 반드시 챙겨야 할 게 세제혜택이 있는 개인연금”이라며 “자녀학자금과 조기정년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데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소득이 끊어질 때까지 개인연금에 20~30년간 저축한다면 소액으로 인생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소장은 마지막으로 “은퇴 후 무작정 창업을 하기보다는 고령화사회에 걸맞고 젊은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