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스카이트리(Sky Tree) 쪽에 아시는 분 없나요?”

일본 도쿄에서 무역업을 하는 요시다 씨는 요즘 마음이 급하다. 다음달 22일 개장하는 세계 최고의 전파타워 스카이트리 입장권을 아직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쯤 친하게 지내던 한국업체 사장 부부에게 “스카이트리가 개장하면 도쿄 한 번 놀러오라”고 별 생각없이 던진 말이 화근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달 실시된 일반인 대상 입장권 사전예매에 30만명 가까이 몰려 들었다. 개장 당일 오전 경쟁률은 335 대 1에 달했다.

일본에 ‘스카이트리 붐’이 일고 있다. 스카이트리는 도쿄 스미다구(墨田區)에 들어서는 세계 최고 높이의 전파탑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스카이트리 관련 소식을 쏟아내느라 바쁘다. 거의 ‘생중계’를 하는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명소(新名所) 스카이트리’라는 별도 코너까지 마련했다.

스카이트리발(發) 특수에 대한 기대도 높다. 여행업체들은 이미 스카이트리 특화형 관광 상품을 내놓았다.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일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스카이트리로 인해 연간 1조원에 가까운 경제효과가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쿄의 새로운 상징

스카이트리는 전파탑이다. 방송 전파의 송수신이 주된 임무다. 2008년 7월 짓기 시작해 지난 2월 완공했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철골구조물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세계 최고’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스카이트리 높이는 634m. 전파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서울 남산타워의 2.5배에 달한다. 일반 상업용 빌딩까지 모두 합치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에 이어 두 번째다.

스카이트리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일본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다. 일본은 작년 7월24일을 기점으로 방송시스템이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체제로 바뀌었다. 문제는 기존 송신탑으로는 도쿄 도심 일부 지역에 디지털전파가 제대로 닿지 않는다는 것.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공영방송사인 NHK와 5개 민영방송은 합작으로 새로운 전파탑을 세우기로 했다. ‘스카이트리’의 탄생이다.

언제나 그렇듯 대형 구조물 건설에는 반대가 따랐다. 스카이트리의 위치가 스미다구로 정해지자 인근 주민들이 곧바로 들고 일어났다. 서민동네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지역의 경관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1세기에 개발도상국처럼 높은 상징물을 세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거셌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는 빠르게 사라졌다. 오히려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호기라는 기대가 부풀었다. 도쿄타워(333m)에 몰렸던 관광객들이 고스란히 스카이트리로 옮겨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お宅·마니아)’들도 달라붙었다. 블로그 등을 통해 공사현장 정보를 매일 중계방송했다. ‘오늘 스카이트리 높이가 390m를 넘었습니다. 현재 세계 9위입니다’라는 식으로. 마치 귀여운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육아일기에 담듯이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했다.

◆부흥 일본의 희망탑 되나

스카이트리 운영을 맡고 있는 도부철도(東武鐵道)는 작년 11월 일찌감치 기네스로부터 ‘세계 최고 높이의 전파탑’이라는 인증서를 받아냈다. 중국 광저우타워(廣州塔·600m)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뺏은 것이다.

도부철도는 기네스 인증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자 모집을 시작했고, 스카이트리 안에 있는 위락시설을 소개하는 홍보물을 각종 미디어에 뿌렸다. 스미다구도 인근 전철역 이름을 나리히라바시(業平橋)역에서 스카이트리역으로 바꾸며 분위기 띄우기에 동참했다.

스카이트리에 돈을 댄 회사들이 모두 방송사이고, 이 방송사들이 모두 대형 신문사를 하나씩 끼고 있기 때문에 홍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부 TV채널은 오락프로그램에 아예 ‘스카이바카’라는 코너도 신설했다. ‘바카(ばか)’는 일본어로 바보라는 의미. 연예인들에게 시사 상식에 관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성적이 가장 나쁜 사람을 골라 스카이트리 모양을 한 커다란 모자를 씌우고 ‘스카이바카’라고 놀리는 내용이다.

스카이트리는 350m와 450m 지점에 각각 전망대를 설치했다. 개업 후 7월10일까지 약 두 달 동안은 예약손님만 받는다. 이미 예약은 꽉 찼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으로 2500엔(3만5000원)가량이다.

일본 전역에 스카이트리 붐이 일면서 관련 업계는 신이 났다. 여행업체는 일찌감치 당일치기 관광 상품을 내놓고 지방고객을 끌어들이는 데에 열심이다. 주변 식당과 호텔들도 저마다 ‘여기가 스카이트리를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었다.

스미다구는 연간 552만명가량이 스카이트리에 올라가고, 주변 상업시설을 찾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한 해 방문객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연 2500만명)에 필적하는 관광명소가 도쿄 시내에 들어서는 셈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스카이트리 연간 입장객이 300만명만 돼도 437억엔(61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5가지 비즈니스 뉴스’ 가운데 하나로 스카이트리 개장을 꼽으며 “침체된 일본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