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유동성의 영향력이 크다. 그동안 유동성 덕분에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지만, 이런 형태가 거듭되면서 경기와 유동성 간 균형추가 유동성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어지간히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유동성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하락한 게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차별화된 경기 흐름도 요인이다. 작년 4분기에 미국 경기가 회복되자 우리 시장 역시 국내 경기 회복을 당연시하면서 움직였다. 하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정작 주가가 올라가야 할 시기에 흐름이 끊어져 버렸다.
경기가 한번 흐름을 놓친 이상 다시 시장의 원동력이 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유동성의 영향이 약해지고 경기의 힘이 축적되는 재편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의 주가 조정이 상승을 위한 힘의 비축 과정인지, 유동성에 의해 만들어진 에너지의 소모 과정인지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어떤 과정이든 조정이 끝난 후 시장 흐름은 지금과 상당히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작게는 주도 종목의 교체에 그칠 수도 있지만, 더 심하게는 상승 속도가 달라지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조만간 판단이 가능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종우 <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