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자와 생산업자, 모든 국민이 수출 진흥에 적극 노력해 수출실적 1억달러 돌파라는 새로운 도정을 이룩했다.”(고(故) 박정희 대통령)

1964년 11월30일, 한국은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이날을 ‘수출의 날’로 제정했고, 이후 수출과 수입을 함께 진흥한다는 의미에서 ‘무역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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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주축이 돼 지난 50여년간 이어온 무역의 날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일인 지난해 12월5일을 새로운 무역의 날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다.

무역협회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무역 1조달러 달성 기념을 위한 무역의 날 변경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무역업계, 학계, 언론계, 연구기관, 정부부처 관계자 8명과 일반 참가자 30여명이 무역의 날 변경에 관해 논의를 진행했다.

무협은 “향후 2조달러, 3조달러 달성을 위해서 무역의 날을 탄력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KIET)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최초의 무역 업적을 기념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의 성장 과정을 기념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므로 무역의 날 변경 자체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숭실대 교수는 “단순히 날짜의 변경보다도 한국 무역 및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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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는 무역의 날 변경과 관련한 논의사항을 지식경제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향후 행정안전부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선언하면 변경 절차가 완료된다. 협회 측은 변경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의 날 변경이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1960년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날도 큰 의미가 있다”며 “수십년간 이어온 무역의 날을 바꿔 괜한 혼란만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