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삼성전자를 샀어야 했는데….’

주부 박기정 씨(55)는 지난 2월7일을 잊지 못한다. ‘순간의 선택’을 잘못해 상당 규모의 기회손실을 봤다는 생각에서다. 당시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자금 5000여만원을 갖고 직접투자 종목을 고르던 박씨는 “삼성전자를 사라”는 주변 사람의 권유를 무시하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장비를 납품하는 에스에프에이에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돌파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때 109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는 5일 133만원으로 22% 오른 반면 에스에프에이는 5만3600원에서 5만4700원으로 2%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3월 초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유가증권시장의 소형업종지수도 대형업종지수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악’소리 나는 개미들

5일 코스닥지수는 0.37포인트 오른 503.34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막판 기관이 매수에 나선 덕분에 상승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494.54까지 밀리며 500선이 무너졌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92%에 달하는 코스닥시장은 지난달 5일 장중 546.15로 정점을 찍은 뒤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5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0.28% 하락에 그쳐 보합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7.83%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의 소형주지수 역시 지난 2월27일 1479.04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이날 1374.68로 한 달여 만에 7%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 지수는 1955.73에서 2024.26으로 4% 상승했다.

개인들의 투자 ‘성적표’도 좋지 않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네오위즈게임즈는 22.45% 하락했으며, CJ E&M도 12.37% 하락했다.

중소형주 펀드도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개 국내 중소형주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4.2%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11.7%)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KB 중소형주포커스 A’(올해 수익률 22.7%)를 제외한 거의 모든 중소형주 펀드들이 손실을 내거나 5% 미만의 낮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올초만 해도 유동성이 풍부했던 덕분에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동반 상승하면서 중소형주 펀드에 가입한 개인 고객들이 많았지만 3월 이후부터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세도 없어

증권업계에선 중소형주가 약세를 보이는 첫 번째 이유로 실적 부진을 꼽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875개 업체의 개별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94%와 22.87% 감소했다.

1분기 성적도 불투명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월 말에 가늠했을 때보다 상향 조정된 곳은 셀트리온 인터플렉스 GS홈쇼핑 태광 등 4개에 불과하다. 수급 상황이 꼬인 것도 중소형주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상헌/임근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