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성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근대주의의 오만이다. 근대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선한 것은 달팽이처럼 나아가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조망받는 ‘느리게 살기’ 철학처럼 들리는 이 말은 1세기 전 마하트마 간디(사진)가 던진 화두였다. ‘비폭력, 불복종’ 운동의 화신인 간디는 “진정한 자유는 모든 욕망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 뒤 반성하고 진리에 따라 행동하라고 설파했다. 그렇지 않다면 인도인들이 독립한다 해도 혼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의 욕망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극복해가는 실험을 했다. 자유와 금욕이 그에게는 동일한 것이었다. 그는 탁월한 정치가였을 뿐 아니라 혼탁한 세상에 등불을 밝힌 구도자였다.

《간디의 물음》은 ‘위대한 영혼’ 간디의 핵심 사상을 통해 무한경쟁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과 인도의 민족해방을 위해 헌신했던 간디의 언행은 영혼의 빈곤과 극심한 빈부 차로 신음하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던지는 조용한 외침이자 희망의 메시지다. 간디의 위대성은 비현실적인 구호 대신 몸소 실천하는 행동으로 대중을 규합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킨 데 있다. ‘소금 행진’이 대표적이다. 1929년 인도의 젊은 운동가들이 독립 쟁취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간디는 홀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나는 해안까지 걸어가서 소금을 만들어야겠다”고. 영국이 전매하던 소금을 인도인들의 수중으로 되찾는 게 독립 운동에 현실적이란 판단에서다. 그의 행진에는 수십만명이 가담했다. 이런 모습은 제국주의 영국뿐 아니라 서구 열강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간디의 걷는 행위’는 대립각을 세운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종교행위였다.

소금 행진과 견줄 만한 것은 단식이다. 부당한 법령이 내려지면 간디는 그 법령이 철회될 때까지 음식을 끊었다. 민중들이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고 서로 다툴 때도 식음을 전폐했다. 대중들은 간디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고 반성했다. 간디는 “내가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은 상대방의 선한 마음을 깨우는 것”이라며 “나의 삶이 곧 나의 메시지”라고 했다.

영국이 기계로 만든 면제품으로 인도의 제면산업을 고사시키는 데 대항해 ‘차르카(실 잣는 물레)’ 운동을 펼치면서 물질문명의 부조리를 지적했다. 그는 “기계에 의존하고 욕망을 자극하는 근대사회는 인간이 욕망의 노예가 되는 사회”라고 비판했다. 또한 “기계 자체가 아니라 기계에 대한 광신을 경계해야 한다”며 “인도는 영국인이 아니라 근대문명에 짓밟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