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커피 마시면 우간다 농민 삶의 질 높여 준다는데…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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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코너 우드먼 지음 /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88쪽 / 1만4000원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농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공정무역 상품을 사면 그들이 정말 잘살게 되는 걸까.
바닷가재를 잡는 니카라과 잠수부들은 심해 잠수로 바닷가재를 잡는데 작업복, 수심계 등 장비는커녕 낡은 공기통 하나에 의존해 잠수한다. 마을 청년 대부분이 젊은 나이에 이유도 모를 장애를 얻거나 일하다 죽는다. 이렇게 일해서 버는 돈은 하루에 고작 2000원. 하루에 아이폰 2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 18시간씩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 군인들에게 총 맞지 않으려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광산에서 광석을 캐는 콩고 시민들, 쌀과 밀을 심고 싶어도 양귀비를 심을 수밖에 없는 아프가니스탄 농민들의 삶도 다르지 않다. 공정 무역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도 왜 생산자들은 가난에 신음하는가.
전 재산 5000만원을 들고 세계 상인들과 한판 대결을 벌였던《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이 이번엔 공정 무역의 과정을 역추적하는 세계 일주를 떠났다. 중국, 아프가니스탄, 콩고, 니카라과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 9개국을 목숨 걸고 누빈 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를 펴냈다. 맥도날드, 크래프트사 등 공정 무역에 앞장선다고 주장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우드먼은 “공정무역과 윤리적 상품 인증이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공정 무역 재단은 재정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돼 있고, 더 많은 기업이 재단의 로고를 쓰도록 홍보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은 결국 제3세계 생산자들이 부담하고 있었다는 것. 많은 기업들이 진정한 공정 무역을 실천하기보다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윤리적 로고를 덧씌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또 저자는 중국이 성장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현대판 제국주의라고 정의한다. 중국인들은 라오스 시골 사람들에게 몇 만원을 쥐어준 뒤 고무 농장을 경영한다. 애플의 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에서는 노동 착취가 빈번하고 콩고와 앙골라, 잠비아는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되고 있다.
우드먼은 “무서울 정도로 잔인한 자본주의의 실체를 만나게 된 여행이기도 했지만 조용히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찾은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공정 무역의 실체를 찾기 위해 방문한 모든 나라에 한두 가지 기적적인 성공 사례는 꼭 있었다는 것. 그가 발견한 모범적인 기업이나 농장주들은 사회적 책임이나 공정 무역을 중요시한 게 아니었다. 더 오래 사업을 하고 싶은 기업, 최고의 품질을 원하는 농장주들이 자신의 사업에 적극 투자한 덕분이었다. 그는 “똑똑하게 이기적일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