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아이템으로 180억 번 판매업자에 56억 추징
지난해 10월, 국세청은 버진아일랜드의 한 투자회사가 운영하는 펀드에 국내인 10여명이 대거 자금을 투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국세청은 이 펀드에 투자한 자금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국내 한 대부업체가 직원·친인척 등 10여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버진아일랜드 소재 투자회사는 대부업체가 설립한 유령회사였다. 이 회사는 국내 한 코스닥 상장사에 돈을 빌려줘 연 42%에 이르는 높은 이자를 받았으면서도 투자로 위장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대부업체에 신고 누락 세금 220억원을 추징하고 업체 대표를 조세포탈범으로 고발했다.

○의사 변호사들도 신종 탈세에 가담

게임아이템으로 180억 번 판매업자에 56억 추징
‘대포통장’으로 판매대금을 수취해 세금을 탈루한 게임 아이템 사업자, 해외 유령회사 계정으로 이자소득을 탈루한 대부업체, 차명계좌를 통해 소득신고를 누락한 파워 블로거 등이 잇따라 국세청의 철퇴를 맞았다. 국세청은 앞으로 이런 종류의 신종 탈세 수법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이를 위해 1년여간 임시 조직 형태로 운영해온 첨단탈세방지센터를 정규 조직인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로 개편했다. 이 조직은 △차명계좌 이용 △변칙적 사이버 거래 △문서 조작 등 세 가지 신종 탈세 유형에 대한 세무조사를 집중 실시한다. 특히 신종 탈세 기법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소셜 커머스나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한 탈세에 조사의 칼날을 겨눈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우선 세금계산서를 부풀리는 등 비용을 과대계상한 뒤 차명계좌를 이용해 차액을 환수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포착한 업체 14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또 해외에 판 상품 금액을 누락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업체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들 14개 업체 중에는 변호사 사무소, 개인 병원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포통장 1만2000개 적발

국세청은 첨단탈세방지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파워 블로거 A씨가 세금을 탈루한 사실도 확인했다. A씨는 자신의 카페·블로그를 통해 800여 차례 이상의 공동구매를 주선, 판매금액의 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자녀·친인척 명의 계좌를 이용해 받아 챙겼다. 또 판매회사로부터 공동구매 주선 대가로 수취한 7억원에 대한 소득세 신고를 누락하는 등 총 14억원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탈루 소득 14억원에 대해 소득세 등 8억원을 추징했다. A씨는 작년 11월 공동구매를 실시하면서 제조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 판매자인 B씨는 다수의 명의 위장 사업자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게임 아이템 처분 대금을 받다가 걸렸다. B씨가 2010년 한 해 동안 판매한 게임 아이템만 18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B씨를 상대로 누락 세금 56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이처럼 인터넷 블로거, 인터넷 도박업체 등 60명을 기획조사해 추징한 세금만 618억원에 이른다. 특히 게임 아이템을 매매하면서 대포통장이 무려 1만2000개나 만들어진 사실을 포착하기도 했다. 남판우 국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은 “사이버 거래, 대포통장, 차명계좌 등을 결합한 탈세 수법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전산자료를 삭제하거나 이메일을 조작하는 등 과세자료를 없애는 수법도 다양해져 보다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