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PwC의 크리스 헤밍스 기업금융 부문 글로벌 최고책임자(사진)는 5일 “재정위기 등 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적정가치 산정이 힘들어 그동안 매각이 지연돼 왔던 남유럽 기업들이 앞으로 2년간 국제 인수·합병(M&A) 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유럽 기업 M&A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wC의 글로벌 M&A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년간 전자·자동차·조선·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왔는데 이들 분야에 대한 원천기술을 지금도 유럽 기업들이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밍스 최고책임자는 “한국기업이 원천기술과 고품질의 제조역량을 갖춘 유럽 비상장기업 등을 매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뒤 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 진출할 경우 매출 증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패션·미용 등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론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인지도가 높은 제품도 있지만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정위기로 가격이 급락한 남유럽 지역의 고급호텔 및 리조트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밍스 최고책임자는 “국가부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유럽 경제가 안정되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강한 브랜드 파워와 시장 선도 기술을 보유한 우량 유럽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