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2년여를 미뤄온 중국 광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기공식을 오는 5~6월께 갖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중국 정부로부터 쑤저우공장의 8세대 라인 설치를 승인받고 공사를 본격화한다.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대형 LCD 수입 관세를 높이며 투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이다.

삼성· LG, 중국 LCD 공장 설립 본격화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은 4일 쑤저우 LCD 공장과 관련해 “지난달 중국 정부로부터 8세대 라인 변경에 대한 비준을 받았다”며 “사업부(삼성디스플레이) 소관이어서 정확히 말할 수 없으나 빠르면 내년 말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009년부터 30억달러를 투자하는 중국 LCD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처음엔 7.5세대(1950×2250㎜) 라인을 설치하려 했으나 양국 정부의 허가가 늦춰지자 지난해 말부터 8세대(2200×2500㎜) 변경을 추진해 왔다. 삼성은 지난해 5월 착공식을 가졌으나 세대 변경 작업 등으로 부지 평탄화 등 기반 공사만 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 설립을 서두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대한 서둘러 5~6월께 기공식을 가진 뒤 본격적인 공사는 하반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2009년부터 광저우 공장 설립을 추진했으나 2010년부터 LCD 값이 급락하자 착공 일정을 여러 차례 미뤄 왔다.

머뭇거리던 삼성과 LG가 중국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중국 정부가 지난 1일부터 32인치 이상 LCD 패널에 대한 수입 관세를 기존 3%에서 5%로 높인 데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중국은 그동안 32인치 미만은 5%, 32인치 이상은 3%의 관세를 부과했다. 대형 패널에 대한 특혜를 없앤 것이다. 추가 관세 인상도 예상되고 있다.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정치권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력 정치인들은 지역 내 기반 확보를 위해 투자 유치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세대라인 中이전 국내엔 OLED 투자

LCD 시황이 ‘공급 과잉의 덫’에 빠져 있어도 중국 내 투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TV, PC 등 비중이 커지고 있어 수요업체 옆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컴퓨터의 90.6%, TV의 48.8%, 휴대폰의 70.6%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투자를 늦추다간 중국 업체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중국 BOE는 지난해 3분기, 차이나스타는 4분기부터 8세대 LCD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이달 발족한 재팬디스플레이, 대만 훙하이의 투자를 받은 ‘LCD 전통 명가’ 일본 샤프의 움직임도 변수다.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신규 투자가 어렵다는 점이다. 새로 생산라인을 깔았다간 가뜩이나 바닥세인 LCD 값이 더 추락할 수 있어서다. LCD 값은 2010년부터 매년 10% 이상 급락해 삼성전자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각각 조 단위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양사는 한국 내 8세대 라인 일부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비어 있는 국내 공장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을 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비를 옮기면 중국 투자 비용도 절반 이하로 아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를 용인해야 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공장을 착공한 이후에도 라인 설치엔 9~12개월의 여유가 있다”며 “우선 용수, 오폐수 처리 등 기반시설 공사를 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투자냐, 이전이냐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