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편의점 하나 차리는 데 막노동에 노점상까지 안 해본 게 없어요. 한 번에 돈을 크게 벌려고 창업했다가 망하면 북한에서보다 고생만 더 합니다.”

4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새터민 창업지원 민간단체 ‘함께일하는사람들’의 회의실. 창업한 새터민들이 모여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정기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모임은 2002년 탈북한 ‘고참’ 창업 새터민 신철만 씨(51)의 따끔한 충고로 시작됐다. 올해 창업을 준비 중인 새터민 강모 씨(30)와 현모 씨(31)가 처음 모임에 참석했다.

선배 창업자들은 이들에게 적은 자본금과 금융지식으로 인맥도 없이 창업을 했다가 겪은 실패 사례를 설명하면서 충분한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

후배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본금 마련이다. 올해 블루베리 농장을 시작하려는 현씨는 “농장에서 1년 일하면서 창업을 준비해왔다”며 “대출을 문의하려고 은행에 갔다가 새터민이라고 하자 담보도 없고 보증인도 없다며 상담도 못 받고 쫓겨나 속이 상한다”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1,2 금융권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고 해서 이자가 비싼 대부업체 대출은 쓰면 감당이 안 된다”며 ‘미소금융(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담보·무보증으로 자활자금을 지원하는 소액 대출사업)’ 이용을 권했다. 현씨는 “새터민 선배들에게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결 편하고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줘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최근 ‘상호발전기금’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창업한 새터민들이 각각 100만원씩 갹출해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때 융통해주는 방식으로, 지난 2월 시작돼 현재 800만원을 모았다.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새터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대성 ‘함께일하는사람들’ 대표는 “새터민이 더 이상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해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는 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