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이포인트 부동산그룹의 앨런 래딕은 요즘 하루에 20여채씩 캘리포니아주의 단독주택들을 돌아본다. 부엌장은 얼마나 낡았는지, 기와는 몇 개나 떨어져 나갔는지 등을 확인한 뒤 아이패드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집수리에 들어갈 비용을 계산하는 게 그의 업무다. 하루에 5~7채씩 단독주택을 사들이고 있는 웨이포인트의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한 집에서 20분 이상 소요할 수 없다.

웨이포인트는 최근 미국 투자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단독주택 임대사업에 일찌감치 진입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1200채의 주택을 사들인 이 회사는 최근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말까지 1만~1만5000채를 추가로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웨이포인트뿐 아니다. 주택 가격이 정점에 비해 3분의 1이나 하락하면서 사모펀드와 같은 대형 투자자들이 수천채씩 단독주택을 사들여 임대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대수익률이 미 국채 수익률이나 주식 배당금보다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사모펀드인 GI파트너스는 웨이포인트에 4억달러를 투자했다. 콜로니캐피털, GTIS파트너스, 오크트리캐피털 등 대형 사모펀드들은 캐링턴홀딩컴퍼니라는 투자회사와 손잡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기지채권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라니어리 전 살로먼브러더스 회장도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과거 사모펀드와 같은 대형 투자자들은 이런 대규모 임대사업은 관리비가 지나치게 높아 꺼렸다.

하지만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임대사업의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아지자 사모펀드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압류 주택이 늘면서 집값은 계속 하락하고 임대 수요는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의 주택 소유 비율은 2004년 69.2%에서 지난해 말 66%로 하락했다. 압류 주택은 65만채에 이르고 71만채가 추가로 압류 절차를 밟고 있다. 주택대출 연체자는 325만명에 달한다.

관리 노하우도 생겼다. 웨이포인트의 공동창업자인 콜린 위엘은 “단독주택을 사들여 수리하고 다시 임대하는 데는 상당한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주택을 마치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래딕이 사용하는 아이패드 프로그램이 바로 그 시스템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