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의 순이익 격차가 지난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주춤한 사이 현대차가 글로벌시장 판매 대수를 늘리면서 추격에 나섰다.

◆순이익 차이 2500억원에 불과

한국경제신문이 2일 10대 그룹 사업보고서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 계열 상장사와 현대차 계열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각각 16조6453억원과 16조3861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결산법인인 금융 계열사 실적은 제외된 수치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순이익 차이는 2592억원으로 전년도 4조7688억원에서 크게 축소됐다. 두 그룹의 순이익 차이는 2007년 5조5187억원에서 2008년 3조7327억원으로 줄었다가 2009년 4조4833억원, 2010년 4조7688억원으로 벌어졌지만 지난해 대폭 좁혀졌다.

매출과 영업이익 격차도 줄었다. 2010년 삼성 계열 상장사의 매출은 214조6506억원으로 현대차 계열 상장사의 155조2608억원보다 60조원가량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삼성 계열사 매출이 228조9209억원, 현대차 계열사 매출이 199조4010억원으로 격차가 30조원 이내로 축소됐다.

스마트폰 호황…삼성 우위 유지할 전망

두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이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13조3592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 호황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낸 탓이다.

반면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7조6559억원으로 전년보다 45.4% 급증했다.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진 결과다. 현대건설이 현대차 계열에 새로 편입된 것도 그룹 실적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35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했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현대차 계열사 순이익이 9조1678억원으로 8조1035억원에 그친 삼성을 앞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좋아지고 있어 삼성의 우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변화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삼성 계열사 시가총액과 현대차 계열사 시가총액 차이는 2010년 말 107조9118억원에서 지난해 말 81조3750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달 말 111조8337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1분기 5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차도 주력 계열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어 삼성을 꾸준히 추격할 것”으로 전망했다.

SK 약진, LG 추락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10대 그룹 내 판도도 달라졌다. SK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가 좋은 실적을 낸 반면 LG그룹과 한진그룹은 실적이 악화됐다. SK 계열 상장사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7조4585억원으로 전년보다 55.6% 급증했다. 삼성 현대차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롯데가 각각 2조8027억원과 2조4705억원의 순이익을 내 뒤를 이었다.

LG 계열사 순이익은 2010년 7조4550억원에서 지난해 2조3871억원으로 급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