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일용직만 20곳…그는 '이방인'이었다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조모씨(37)는 북한 인민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북한의 정치체제와 교육 시스템에 늘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조씨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탈북을 결행, 2005년 남한 땅을 밟았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했다.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7년간 그가 전전한 일용직만 20곳이 넘는다.

조씨가 남한에서 처음 한 일은 우유배달이었다. 매일 꼬박꼬박 150개를 돌리고 받은 월급은 고작 65만원. 우유값을 수금하려고 밤 11시까지 집 앞에서 기다리다 “내가 빚쟁이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 돈으로는 아내와 네 살난 딸, 65세 노모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직장이던 치킨집의 사장은 “길을 몰라 배달이 늦어 손해를 봤다”며 첫 월급을 반밖에 주지 않았다. 다음달도, 그 다음달도 통장에 찍힌 액수는 75만원뿐이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짐꾼도 해봤다. 탈북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당이 줄었다. 5만원을 주면 5만원을 받고, 4만원을 주는 날도 군말 못하고 받아야 했다. 이후 목욕탕 청소, 신문 배달, 건설 현장 잡부, 공장 노동직 등 구인신문에 자주 나는 일이라면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다.

그는 “탈북자 가운데 정규직은커녕 대부분 일용직이라도 구하는 데 급급하지만 비정규 직장에서도 탈북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가 2만3000명을 넘어섰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다. 탈북자 네 명 중 세 명은 월소득이 150만원 이하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그림의 떡이다. 특히 20~30대 탈북자의 취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최근 국내 거주 탈북자 8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정착한 20~30대 탈북자 3450명 가운데 1550명(44.9%)이 취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42%(1449명), 실업률은 7.3%(251명)였다. 취업자 중 상용직 근로자는 절반인 665명(42.9%)에 불과했다. 임시직 또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48.6%(754명)였다. 근속기간도 짧았다. 취업하고 있는 탈북 청년의 64%인 1003명이 직장에서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답했다. 취업자의 절반이 조씨처럼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자리잡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겉도는 탈북자들 삶의 현주소다.

조수영/심성미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