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무상보육 재원분담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뒤죽박죽 보육정책에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0~2세에 대한 지원이 ‘가정’이 아닌 ‘어린이집 행(行)’을 부추기도록 설계되면서 나타난 ‘예고된 인재’라는 분석이다.

○거꾸로 가는 보육정책

뒤바뀐 무상정책이 '보육대란' 불렀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1일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때문에 보육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가 지난해 말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기로 보육정책을 뒤집어 놓으면서 정책 스케줄이 엉망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당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 한해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아동 정서 발달 측면에서 0~2세는 가정양육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지난해 12월 말 느닷없이 0~2세 무상보육 대상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일이 꼬였다.

0~2세 보육료 지원체계가 가정양육보다 어린이집 보육(시설보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뀐 것이다. 예컨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보육료가 지원된다. 보육료는 아동 연령에 따라 월 28만6000~39만4000원이 지급된다.

반면 집에서 키우는 양육수당은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에 한해 지급된다. 보육료도 월 10만~20만원으로 어린이집에 보낼 때보다 적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지난달 29일 전국시도지사협회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앞장서 보육료를 주다보니 너나할 것 없이 보육시설로 몰린다"고 꼬집었다.

○정부-지자체 갈등의 원인

최근 무상보육 재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도 보육과 양육정책이 뒤엉킨 데서 비롯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절반가량씩 부담하는 복지재원의 절대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 전면 무상보육에만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1조9000억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부담해야 할 예산이 3300억원 정도 늘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들로선 중앙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뒤바뀐 무상정책이 '보육대란' 불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마저도 0~2세의 보육시설 이용률이 50% 정도라는 가정에 따른 금액”이라며 “보육시설 이용가구가 늘어나면 올해 부족예산이 최대 7200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0~2세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치(30% 이내)보다 높다. 그런데도 0~2세 보육료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차별 지원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아이를 키우던 부모들까지 앞다퉈 어린이집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30~40대 학부모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성급히 전면 무상보육을 도입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0~2세 보육에 가정이 낫냐, 보육시설이 낫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돈만 보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 없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임원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