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일 오후 2시19분 보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운용해야 할 자금은 쌓이는데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서는 수익률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을 사들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 해외 부동산 14개

국내 ‘큰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06년 미래에셋이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에서 오피스 빌딩을 3579억원에 인수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국민연금이 2009년 11월 런던의 HSBC 본사 건물을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국민연금은 2009년부터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독일 프랑스 등에 있는 14개의 부동산에 약 6조원을 투자했다. PEF(사모펀드)와 부동산을 포함해 국민연금의 지난해 해외대체투자 수익률은 연 12%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쏠쏠하게 재미를 보자 교직원공제회도 2010년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피스 빌딩을 970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작년 8월엔 새마을금고와 함께 시카고 중심 상업지구에 있는 빌딩 지분 60%를 908억원에 사들였다.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작년 7월 중국 베이징시 상업지구에 부지를 낙찰받아 4300억원을 투자키로 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첫발을 뗐다.

국내 주식ㆍ채권으론 수익률 한계…국민연금이 재미보자 '해외 열풍'
○보험사들까지 눈독

최근엔 보험사들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주식 채권 외에 SOC(사회기반시설) 등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에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맞춰왔다”며 “하지만 최근 PF 시장이 사실상 죽다시피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10년 정도 장기 입주사를 확보한 런던 등의 오피스 빌딩은 투자와 동시에 바로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면에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자산은 유동성 위기를 방어하기 위한 중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 자본이 급속히 한국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이 올 경우 해외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부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말 현재 한국의 해외 자산 규모는 6881억달러로 해외 부채(8249억달러)보다 훨씬 적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89년 미쓰비시 부동산이 뉴욕의 록펠러 센터를 780억달러에 인수했다가 부동산 값이 폭락하면서 6년 후 파산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