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서일본 대지진’과 ‘수도권 직하형 지진’의 피해 규모를 기존 예상치보다 대폭 확대했다. 지진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지진 규모와 피해 범위 예상치를 수정한 것은 2003년 이후 9년 만이다.

일본 내각부 산하 전문가검토회는 1일 “예상되는 서일본 대지진 규모를 기존 리히터 8.8에서 9.1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지진 규모 9.1은 작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수준이다. 서일본 대지진은 일본 본토 중부의 시즈오카(靜岡)현에서 남부 규슈(九州) 미야자키(宮崎)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南海) 해구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지진을 말한다.

지진의 충격을 나타내는 ‘진도’를 기준으로 대규모 인명·재산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6강(强)’ 이상의 우려가 있는 지역은 24개 부·현(府縣), 687개 시·정·촌(市町村)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중앙방재회의가 2003년 내놓은 기존 예상치에 비해 피해 면적이 3.5배 확대됐다.

최대 10m 이상의 쓰나미가 덮칠 것으로 예상된 지역은 기존 ‘2개 현 10개 시·정(市町)’에서 ‘11개 도·현(都縣) 90개 시·정·촌’으로 급증했다. 최고 높이의 쓰나미는 고치(高知)현 구로시오마치(黑潮町)로 34.4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3년 예상치의 2배를 넘는다.

‘수도권 직하형 지진’으로 인한 예상 피해 규모도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일본 문부과학성 프로젝트팀은 “중앙방재회의의 예측에서 빠져 있던 도쿄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일부를 포함해 도쿄 23개 구 거의 모두가 진도 6강 이상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예상 피해 인구가 2500만명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수도권 직하형 지진은 도쿄와 인근 지역을 집중적으로 타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지진이다. 1995년 발생한 한신대지진이 직하형 지진이었다.

도쿄대 지진연구소는 최근 수도권 직하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4년 내 70%’라고 전망했다.


◆ 지진 규모와 진도

지진 규모(M·Magnitude)는 지진의 전체 에너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미국 지진학자 리히터가 제안해 ‘리히터 규모’라고도 불린다. 1에서 9.9 사이의 숫자로 표현된다. 진도(I·Intensity)는 지진으로 인한 실제 피해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진앙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진도가 달라진다. 표현 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본은 0에서 7(5, 6은 약·강 두 단계)까지로 구분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