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가 1일 45개 선거구에서 민주화의 ‘이정표’가 될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의 내각 진출 등으로 공석이 된 선거구에서 하원의원 37명과 상원의원 6명, 지역의회 의원 2명을 선출하기 위한 것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경제개방과 개혁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웅산 수치, 제도권 진입 눈앞

AP통신은 이날 “미얀마 민주화에 있어 기념비적인 선거가 막을 올렸다”며 “야당 지도자 수치의 제도권 정치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치가 이끄는 NLD는 45개 선거구 중 44곳에 후보자를 냈다. 15년간의 구금 조치 등에서 풀려난 수치도 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빈민층 지역인 카우무에 출마했다. NLD는 “수치가 82%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NLD는 수치를 포함, 최소 35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LD는 미얀마 의회 664개 의석 가운데 상원 단 1석만 갖고 있다.

수치는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이래 재야에서만 활동하며 제도권 정치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당시 미얀마 군사정권은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수치를 가택연금했다.

AP통신은 “미얀마 의회의 70% 이상을 여전히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면서도 “수치가 비록 소수당이지만 최초로 합법적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될 경우 미국 등이 경제 제재를 더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제 제재 푸는 미국·EU

미얀마는 프랑스보다 큰 영토에 인구 5900만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자원부국이다. 인도와 중국, 태국과 붙어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도 크다. 미개척 자원 개발과 중국 견제를 노린 서방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풀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가 지난해 3월 민간정부를 출범시키고 정치범을 잇따라 석방하는 등 민주화 조치를 취하자 서방국가들은 경제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미얀마에 보내 양국 간 외교 관계를 대리공사급에서 대사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또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이 미얀마를 지원하는 것도 일부 허용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초 미얀마 대통령과 각료, 국회의원 등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EU는 또 2년에 걸쳐 1억5000만유로(2265억원)를 민간정부에 지원키로 약속했다.

미얀마 정부도 민주화와 경제개혁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개혁과 개방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정치범 석방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 △노조 결성과 파업 허용 등 민주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경제 재건을 위해 이날부터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 등 금융시스템도 개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5년 동안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인 투자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헬스케어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미얀마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