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수진 "화상환자 돕기시작한 후 8년만에 득남…이젠 모든 것에 감사"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를 보면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건방져 보일까 망설인 적도 많다.

1996년 미스코리아에 선발되며 화려하게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설수진. 이제는 화상(火傷)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돕는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 대표로 변신한 그를 만나봤다.
[인터뷰] 설수진 "화상환자 돕기시작한 후 8년만에 득남…이젠 모든 것에 감사"
"아들이 14개월 됐어요. 재단은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설립됐지만 그전부터 남을 돕는 일을 준비해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심으로 여러 사람을 돕다보니 그 아이가 생긴거에요. 아이가 커가면서 둘째를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어떤 좋은일을 더 많이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해요"

후원자를 많이 모아 고통을 겪고 있는 화상 환우들을 돕고자 하는 그가 생각하는 '선행'이란 어떤 것일까.

"실제 제 주위에서 남을 돕고 싶은데 몰래해야 하는지 앞에 나서서 하는게 좋은건지 고민하는 연예인을 봤어요. 전 선행은 '신드롬'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하면 따라하고 싶고 내 선행을 보고 남이 또 선행을 베풀고 하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밝아지겠어요"라면서 "전 한번에 거액을 후원하는 것도 좋지만 매달 소액을 꾸준히 후원하시는 분들이 더욱 감사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실제 누군가를 후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을 통해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 많은 후원금이 모이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고 하루하루 고통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화상 환자 중에는 특히 어린 아이 비중이 높다. 아이들 특성상 무언가를 잡아당기거가나 끌어당겨 위에서 뜨거운 물질이 쏟아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얼굴부터 신체의 반이상 화상을 입기도 한다.

아이를 업고 부엌에서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위험천만하다. 아이가 국냄비 등을 손으로 잡아당겨 화상을 입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정수기 물도 피부가 여린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화상의 상처를 남긴다.

설수진 대표는 "화상 환자들 중에서도 그 정도가 눈으로 확인되는 얼굴부위 환자에게 후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보통 어린 나이에 신체부위 화상을 입으면 발육에 따라 매번 피부를 절개하고 재건을 해주는 구축성형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들은 성장하는 단계이므로 흉터에 의한 운동제한이 심해질 수 있어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의 반복 수술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화상환자들의 피부 재건성형수술은 성형으로 간주돼 현행법상 의료혜택을 받을 수도 없어 그 고통이 가중된다.
[인터뷰] 설수진 "화상환자 돕기시작한 후 8년만에 득남…이젠 모든 것에 감사"
화상후원재단에서는 전국곳곳의 주민센터와 연계해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1세~18세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른 장애와 달리 심각한 화상환자들은 외관상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마치 나병환자를 보듯 하는 세간의 이목이 두려워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

이런 이유로 화상환우들의 영상이 담긴 홍보자료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검사인 남편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자녀 셋을 둔 동생 설수현에 대해서는 정말 타고난 현모양처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동생과 저는 어려서부터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동생은 천상 여자같고 섬세한데 전 리더십도 있고 남들과 어울리는 걸 참 좋아해요. 원래 각별한 자매사이였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더욱 많은 교감을 나누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출산후 인생관도 많이 바뀌었다. "아이를 낳고보니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두루두루 행복해져야 결국 우리가족에게도 사랑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누가 그러시더라구요. '설수진 씨는 예쁘게 태어난 것 만으로 세상에 빚을 졌다'고…요즘 그말의 의미를 새삼 느껴요. 이렇게 사지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큰 축복인거죠.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재단을 크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에서는 화상환우를 돕기 위해 설수진의 콘서트 '아름답게'2회를 준비중이다.

'아름답게'는 '아(픈) (시)름 (해)답(을) (줄 수있)게'의 줄임말이다. 오는 4월 6일 베스티안부산병원에서 인디밴드와 음악인들이 함께 하며 공연의 기부금은 전액 화상환우를 위해 사용된다.



< 가정에서 화상을 예방하는 방법 >

-전기포트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용하기
-아이를 안고 라면이나 커피 등 뜨거운 음식 먹지 않기
-전기밥솥은 바닥에 내려놓지 않기
-아이를 업고 음식을 조리하지 않기
-정수기는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하기
-프라이팬, 냄비 등의 조리 기구는 사용 후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서 식히기
-거실 바닥에 앉아 고기를 구워먹지 않기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는 안전덮개로 막아두기
-샤워기를 사용하여 아이 씻기지 않기
-다리미를 쓰고 난 후 아이가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두기
-곰국 등 뜨거운 국이 담긴 냄비를 욕실이나 베란다 등의 바닥에 두고 식히지 않기

< 화상 발생시 응급처치법 >

-뜨거운 물에 젖은 옷은 가위로 제거하기(살과 들러붙은 옷을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면 상처가 깊어질 수 있으니 삼간다)
-시원한 물로 화상 부위를 충분히 식히기(얼음을 직접 화상 부위에 대면 피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소주, 치약, 연고 등은 화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바르지 않기
-깨끗한 천이나 붕대로 화상 부위를 감싼 후 병원에 방문하기(물집은 터뜨리지 않는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변성현 기자
[인터뷰] 설수진 "화상환자 돕기시작한 후 8년만에 득남…이젠 모든 것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