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편입 후 첫 번 째 승부수…성공시 삼성과 확고한 2강
마이크론, 도시바와 3파전 예고…5월께 우선협상자 선정
일각, 경쟁사 동향 파악일 뿐 최종까지 가지 않는단 분석도


"하이닉스를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최태원 SK회장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3위 D램 반도체 업체이자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엘피다메모리를 인수하기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30일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시한 엘피다 1차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엘피다가 하이닉스의 경쟁력 제고와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1차 제안서를 제출했다" 며 "최종 입찰 여부에 대해선 향후 정밀실사 등을 바탕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4위인 미국의 마이크론과 낸드플래시 시장 2위인 일본 도시바 역시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들어 SK하이닉스와 치열한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엘피다는 계속된 엔화 강세와 D램 가격 하락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달 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이번 인수전 참여에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아래 있었을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인수 베팅이 오너인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최 회장은 "SK의 힘이 하이닉스에 도움이 될 것" 이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SK그룹 관계자 역시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부터 그룹의 성장 축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며 "M&A에 대해선 조심스럽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다를 인수하게 될 경우 SK하이닉스는 D램시장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확고한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3.2%), SK하이닉스(23.7%), 엘피다(12.10%), 마이크론(12%), 대만 난야(3.60%) 순이다. 3,4,5위 경쟁업체들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도 한 자릿 수로 크게 줄어든다.

엘피다의 모바일 D램 점유율이 17%에 달하는 것도 SK하이닉스에 유리하다. 2015년까지 모바일 D램 비중을 7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에서 엘피다를 인수하는 것만으로도 모바일 D램의 점유율을 기존 22.9%에서 39.9%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실패하고,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가져가게 되면 D 램 시장 2위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 낸드플래시 강자인 도시바가 엘피다를 통해 D램 시장에 다시 진입하게 될 경우도 SK하이닉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시바는 2001년 D램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이닉스가 최종 인수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경쟁사 동향 파악 차원에서 1차 입찰에 참여할 순 있지만 최종 인수까지 가세할지는 불확실하다는 것. 일본 정부가 기간산업인 반도체를 한국 기업에 넘겨줄리 만무하다는 지적도 있다.

KDB대우 송종호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엘피다 입찰 참여를 통해 경쟁사 내부 실사를 할 수 있다" 며 "최종 인수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경쟁사의 헐값 인수를 견제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피다 인수 참여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보유 현금은 4조 원 가량이고, 올해 감가상각비용 3조 원을 합치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7조 원에 달한다. 올해 계획된 설비투자액 4조2000억 원을 빼고, 1조원 가량의 여분을 남겨놓는다 해도 SK하이닉스가 단독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5000억원~1조8000억원 수준이 된다.

이날 1차 입찰 제안서를 마감한 엘피다는 다음 달 말 2차 입찰 제안서를 받고 5월께 우선협상대상자 1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