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기업 재무개선 약정 가능성
채권은행들이 다음달부터 대기업 옥석 가리기를 위한 재무구조 평가를 본격화한다. 건설·조선·해운 관련 기업 2~3개사가 추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주 총 신용공여액(약 1400조원)의 0.1% 이상을 쓰고 있는 그룹을 주채무계열로 선정, 발표한다. 올해 주채무계열 대상 기업은 작년(37개)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주채무계열 기업이 선정되면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곧바로 거래기업 재무구조 평가에 나선다. 기업들이 제출한 결산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다음달부터 5월 말까지 평가 작업을 한다.

금융당국은 특히 최근 2~3년간 실적이 크게 악화한 건설·조선·해운 관련 기업들에 대해 보수적인 평가잣대를 적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은행들에 전달했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부채비율, 현금흐름 등의 재무지표와 산업전망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훑어볼 계획이다. 이후 평가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기업들을 따로 추려내 약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건설·조선·해운 업종 관련 그룹 중 2~3곳이 추가 약정 대상으로 선정될 공산이 큰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평가지표를 엄격히 적용하면 추가 약정 대상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민감한 사안이어서 향후 불합격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따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약정을 맺은 한진, 금호아시아나, 동부, 대한전선,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6개 기업 중 이번에 약정을 졸업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기존 약정 체결 기업 중 재무구조가 더 악화된 경우엔 핵심 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 약정 대상으로 선정되면 계열사나 보유 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계열사를 팔기로 한 A그룹과 해외 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인 B그룹, 일부 건설사 등이 신규 약정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세간에 약정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개별기업 1500~2000여곳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도 진행한다. 5월 말까지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워크아웃), D등급(법정관리) 등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장창민/류시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