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벤처기업 100개 키우기'…꿈을 현실로 만든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자신의 이름과 카카오톡, 코리아의 이니셜을 딴 ‘케이큐브(K-Cube)벤처스’라는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했다. 100억~1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창업(스타트업)기업에 투자하고, 이후 펀드를 늘려 투자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만 봐서는 여느 벤처투자회사와 다를 게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네이버(naver.com)를 운영하는 NHN을 공동 창업한 ‘1세대 성공 벤처기업인’인 김 의장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이 회사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이어서 기존의 벤처투자회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디어가 좋은 창업회사에 초기 투자도 하고,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설비투자도 하고, 자신을 포함한 정보기술(IT)업계의 인맥을 총동원해 컨설팅도 하겠다는 것이다.

케이큐브벤처스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이 ‘돈’과 ’노하우’를 제공해 척박한 한국의 IT벤처기업 풍토를 바꿔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IT업계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 100개 육성하겠다”

김 의장은 케이큐브벤처스 법인설립 등기를 지난 28일 신청했다. 사무실은 서울시 역삼동의 카카오 사옥인 C&K 빌딩 4층에 마련했다.

김 의장이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그의 ‘개인기’만으로는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카카오톡’을 대성공시키고 ‘플레이영단어 토익 빈출 1000’을 내놓은 포도트리에 투자해 국내 대표적인 IT기업으로 키웠으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100명의 능력 있는 벤처 최고경영자(CEO)를 육성하겠다”며 전문투자회사 설립을 여러 차례 시사했고 이번에 벤처투자사를 설립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한번에 10억원 이상도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의장은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자신의 IT업계 인맥을 동원해 ‘원포인트레슨’도 할 계획이다. 투자받은 회사들의 구성원들과 함께 난상 토론을 매달 한두 번씩 하는 등 머리를 맞대는 자리도 만들 생각이다.

◆국내 최연소 대표 선임

김 의장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인물은 32세의 임지훈 씨다. 국내 창업투자회사 대표들이 대부분 40세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30대 초반인 그의 발탁은 이례적이다.

임 대표가 김 의장의 눈에 띈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카카오가 모바일 소셜커머스 벤처기업인 로티플에 대한 인수 협상을 하면서다. 벤처투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을 맡았던 임 대표는 개발력이 뛰어난 로티플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이 회사가 생긴 지 한 달 만에 3억원을 투자했다.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또다시 10억원을 집어넣었다. 로티플은 설립 8개월 만에 카카오에 팔렸다.

김 의장은 로티플에 초기 투자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임 대표의 안목과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 초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임 대표는 “창업 기업에는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쟁이’보다 친구 같은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저를 선택한 것 같다”고 웃었다.

임 대표는 NHN과 보스턴컨설팅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를 거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선구안을 키웠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근무하는 5년여 동안 케이아이엔엑스, 처음앤씨, 한텍엔지니어링 등을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선데이토즈, 두빅, 바이미닷컴, 인포마크 등 국내 유수의 IT기업을 발굴했다.

◆“열정과 집요함이 중요”

임 대표는 투자대상 기업을 고를 때 창업자의 됨됨이를 가장 많이 따진다고 밝혔다. 10번 이상 매번 2시간 정도 만나 그들의 열정과 집요함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는 “특출나고 끈기 있는 창업자는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뭔가를 분명히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를 좀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겠다는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최근 외국에서 어떤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서비스를 구상한 창업자들의 사업 계획서가 쏟아진다”며 “좀 더 근원적이고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