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이인규 이어 30일은 이영호 소환
검찰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연루된 핵심 인사들을 속속 소환하면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은 ‘윗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나 사실 재규명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특히 그간 폭로전을 주도해온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추가로 폭로하면서 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10억원 지원 및 취업 알선을 제의했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이 극명히 엇갈리면서 사태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불법사찰 ‘키맨’ 잇따라 소환

최종석·이인규 이어 30일은 이영호 소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형사3부장)은 29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사진)과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스스로 불법사찰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피내사자로 30일 출석을 통보했다.

수사팀은 최 전 행정관 등을 상대로 청와대 내 ‘윗선’의 개입 여부와 장 전 주무관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하고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무엇보다 장 전 주무관이 지난 27일 “내 문제가 VIP(대통령)한테 보고됐다고 들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른바 ‘윗선’의 실체가 드러날지가 관심거리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불법사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후 입막음용으로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 전 행정관은 2010년 8월께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변호사비용 4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인규 전 지원관을 상대로는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의혹과 윗선으로부터 금전적 지원 여부 등을 캤다.

검찰은 30일 소환되는 이영호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실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자료 삭제를 지시한 이유, 장 전 주무관에 2000만원을 준 경위와 출처, 매달 지원관실로부터 280만원을 상납받았는지를 추궁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고용노사비서실이 총리실의 지원관실을 ‘비선라인’으로 뒀고 그 배후에 ‘영포라인(정부 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영일 지역 출신 인사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진실은 무엇? 당사자 상반된 주장

청와대 개입, 10억원 제공, 취업 알선 등과 관련해 장 전 주무관의 폭로성 주장과 반대 측 반박이 180도 달라 검찰이 진실을 판가름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 전 주무관 측은 이 사건의 몸통으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29일 “사법처리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별도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사건에 연루된 국무총리실 이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과장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데 대해서도 “공무원 출신으로 그 가족들이 어려움을 이기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내용이 다른 만큼 임 전 실장에 대한 별도의 검찰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장 전 주무관은 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청와대로부터 10억원 제시와 취업 알선을 받았다고 하지만 관련 당사자들은 거듭 부인하고 있다.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일자리를 알아봐주긴 했지만 (돈은) 그가 먼저 부탁해왔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