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불황에 결국 영풍문고 강남점 문닫나
교보문고 강남점,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과 함께 서울 강남의 서점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영풍문고 강남점이 10여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영풍문고는 빠르면 4월 중 반포동 센트럴시티 지하 1층에 있는 강남점 매장에서 철수한다. 매장을 관리하는 (주)센트럴시티와 임대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서다.

이규복 센트럴시티 임대기획팀장은 “영풍문고 강남점은 10년 임대 계약 기간이 이미 만료돼 연장 운영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만 영업하고 4월 중에 매장을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고 29일 말했다. 매장에서 철수하는 데는 15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풍문고는 “센트럴시티와 임대 연장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영풍문고는 수수료 매장인데 출판시장 불황으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센트럴시티의 임대 수입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센트럴시티 수수료 매장의 임대 수수료율은 매출의 25% 안팎이다.

영풍문고 자리에는 유명 페스트 패션 브랜드와 함께 중급 규모의 서점이 입점한다. 새 서점은 990㎡(300평) 규모로 꾸며진다. 출판계에서는 대형 인터넷서점 중 한 곳이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낼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이 인터넷서점은 최대 1650㎡(500평) 규모의 매장 운영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문고는 23개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 매출로는 교보문고에 이은 2위 업체로 지난해 도서 1057억원을 포함, 13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도서 매출은 전년 대비 8%가량 떨어졌다.

강남점은 2000년 7월 센트럴시티 지하 1층에 1만1900㎡(3600평·전용면적 1200평) 규모로 개장했다. 영풍문고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영풍문고는 강남점 철수에 따라 경기도 의정부점과 서울 여의도점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지난 15년간 186개로 늘어난 인터넷 기반 서점 중심의 할인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국 오프라인 서점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서점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 3489개에서 2009년 2846개로 350여개나 줄었다.

지난해 도서 판매량도 2007년 대비 18.6% 줄었으며, 중소형 소매점의 판매부수 역시 최근 2년간 해마다 8% 이상씩 감소하는 등 오프라인 서점들의 경영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