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3패.’

2002년 이후 특허청장 자리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의 전적(戰績)이다. 특허청장은 지경부 산하 기관으로 전통적으로 지경부 관료들이 가는 자리였지만 2002년 당시 재정경제부 출신의 김광림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이 16대 청장에 임명되면서 ‘순혈주의’가 깨졌다. 이후 현 이수원 청장(21대)에 이르기까지 지경부와 재정부는 3명씩 특허청장을 내면서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여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4월30일 이 청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두 부처가 또다시 자존심을 걸고 맞붙었다.

○10년간 엎치락뒤치락

3승3패…'과천시리즈' 7차전 승자는
특허청장은 1977년 특허국 및 심판소가 청으로 승격한 뒤 줄곧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등 현 지경부 전신 부처의 공무원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고위 공무원단의 인사 적체를 견디다 못한 재경부가 산하 조직·기관이 많은 산업자원부로 눈을 돌리면서 깨졌다. 재경부는 2002년 2월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정책 전반을 경험한 만큼 타 부처의 수장 자리로 가도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김광림 청장 임명을 관철시켰다. 김 청장에 이어 하동만 청장까지 재경부 출신이 특허청으로 간 뒤 산자부 내 반발 목소리가 커지자 18대, 19대 청장은 다시 산자부 몫으로 돌아갔다.

재정부와 지경부의 갈등은 현 이수원 청장 임명으로 다시 불거졌다.

이 청장은 재정부 출신으로 특허청으로 오기 전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으로 있었다. 이 청장이 특허청장에 임명될 당시 관가에는 청와대가 그의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5개월 가까이 청와대의 지하 벙커룸에서 50여 차례에 걸친 비상경제대책회의 실무를 준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얘기였다. 때문에 하마평에 함께 올랐던 조석 당시 지경부 성장동력실장(현 지경부 2차관)이 낙마(?)하자 지경부 내에서는 재정부의 인사 독주를 원망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서로 “욕심 많다” 공격

22대 특허청장 후보에 또다시 지경부와 재정부 출신 공무원의 이름이 경쟁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경부에서는 김경원 산업경제실장을 비롯해 김호원 국정운영실장, 이창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재정부는 강호인 전 차관보가 거론되고 있다.

지경부는 이번만은 재정부에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지경부 산하 공기업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도 박철규 전 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이 이사장으로 왔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경부 산하 기관은 업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재정부가 내부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현재 이용걸 국방부 차관, 노대래 방사청장 등 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들이 타 부처에 간 경우는 있어도 타 부처 출신이 재정부에서 1급 자리까지 올라간 경우는 못봤다”고 말했다.

물론 재정부도 가만 있지 않는다. 전문성으로 치면 지경부도 할말이 없다는 것. 재정부 관계자는 “지경부가 정말 전문성을 중시한다면 자신들이 산하 기관 수장으로 내려갈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의 내부 사람을 승진시켜야 한다”며 “이용걸 차관이나 노대래 청장 등의 경우 현 조직 내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강호인 전 차관보도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결정은 청와대의 몫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부처의 이 같은 자리 싸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특허 경쟁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에 특허청장 자리가 고위 공무원들의 자리 다툼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