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8일 오후 2시51분 보도

모기업 등 외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들의 독자 신용등급(stand-alone rating)이 이르면 오는 5월부터 공개된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내부적으로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일반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 모든 업체들을 대상으로 독자 신용등급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자 신용등급이 공개되면 투자자들은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기초여건)만 반영한 신용등급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간 자금조달 금리 격차도 지금보다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신평사, 도입 시기 ‘저울질’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독자 신용등급 발표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적용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 공개 형식은 신용등급 평가보고서의 종합의견에 독자 신용등급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독자 신용등급은 기존 등급체계(AAA~D)와 동일하게 매겨진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독자 신용등급제도를 도입키로 최종 확정했다. 다만 시행 시기는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2분기 이후’라고만 발표했고, 대상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로 한정했다.

하지만 신평사들은 이르면 5월부터라도 당장 독자 신용등급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평가방법 등 관련 준비를 마친 데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적용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간 형평성과 정보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와 공기업까지도 독자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와 혼란을 고려해 기업 유형별로 발표 시점은 달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6월부터 일반기업에만 우선 독자 신용등급을 적용한 뒤 한두 달간의 시차를 두고 은행과 공기업에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식이다.


○업황 부진 기업들 조달비용 상승할 듯

독자 신용등급이 발표되면 투자자들은 유사업종 회사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LIG건설과 진흥기업 사태처럼 모회사의 지원 중단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대기업 계열사 중 건설 해운 조선 등 위험이 큰 업종 소속 기업들은 독자 신용등급이 기존 신용등급과 상당한 격차를 보일 수 있다. 이들은 사업재무상태가 취약해도 그룹 후광에 힘입어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일부 기업은 독자 신용등급이 최종 신용등급에 비해 세 단계나 낮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될 경우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해당 기업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공기업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의 지원 가능성 덕분에 AA급 이상의 우량등급을 받고 있다. 현대증권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빼고 신용등급을 산출해 보면 공기업 절반 가량이 투기등급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독자 신용등급 적용 대상으로 확정될 경우 최종 신용등급과 차이가 큰 공기업들은 공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