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TED에서 우주만큼 큰 꿈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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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우주인 꿈 접고 '창업 전도사'된 고산 씨
격주로 '타이드세미나' 열어 경계 허문 '융합 창업' 모색
의사·조각가 등 참석자 다양
격주로 '타이드세미나' 열어 경계 허문 '융합 창업' 모색
의사·조각가 등 참석자 다양
고 대표는 이곳에서 격주 수요일 오후 8시에 ‘타이드세미나’를 열고 있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좇는 사람들이 모여 경계를 넘어 같이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 세미나를 한국판 ‘테드(TED)’로 발전시키는 게 꿈이다. 그는 “외관상 보는 것과 달리 세운상가는 사라져가는 전자기계산업의 ‘마지막 장인들’을 수소문해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열린 제5회 타이드세미나 주제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시대가 온다’였다. 스티브 잡스를 닮은 듯한 첫 번째 강연자는 김성수 씨(44).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인 김씨는 선반 밀링머신 등 혼자서 못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 그의 사무실 간판 ‘홧 투 메이크(What to make)-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다 만들어준다’ 그대로다.
김씨는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기술정보를 원본까지 공개해 서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영리를 취하는 것”이라며 “기존 기술을 참고해 더 좋은 것을 만들 자신이 있으면 뭐든지 만들어서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컴퓨터수치제어(CNC) 밀링머신을 혼자서 만들어 기기당 100달러에 팔아 수입을 톡톡히 올린 경험을 소개했다. 또 ‘애완견이 집에 혼자 있어도 놀아주는 로봇’ ‘자전거를 탈 때 좌우 깜빡이 신호가 저절로 켜지는 백팩’ 등도 선보였다. 떠올렸다 가볍게 지나칠 법한 상상도 그에게 의뢰하면 제품이 된다.
김씨에 이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최종언 씨(24·한양대 기계공학과)와 강민혁 씨(24·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부)는 컵 장식품 등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오픈소스하드웨어 기반 ‘3D 프린터’를 선보였다. 최씨는 “아직은 조악한 수준이지만 대당 80만원에 최근 인터넷 카페에 내놓아 25개를 팔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건넨 명함에 적힌 직업은 ‘창조자(creator)’였다.
이 세미나의 참석자 면면은 의사 변리사 대기업직원 시민단체관계자 중소기업대표 조각가 대학생 등 다채롭다. ‘융합 창업’을 꿈꾸는 고 대표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는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를 운영 중인 신태영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임상조교수는 “인체뿐 아니라 사회구조의 치료를 위한 집단에너지를 찾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타이드세미나에는 4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고 대표는 “우주를 안 간 게 다행이다. 이제야 갈 길을 찾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 TED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 1984년에 만들어진 미국 비영리 재단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빌 클린턴, 앨 고어, 노벨상 수상자 등 각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강연한다. TED의 웹사이트에는 500건이 넘는 강연이 무료로 공개돼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