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태국 총리의 이대 방문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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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형 지식사회부 기자 hhh@hankyung.com
잉락 총리는 연단에 서서 “한국과 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 발전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달려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엔개발계획(UCDP)이 지난해 전 세계 14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성 평등 지수(GII)’ 순위에서 한국은 11위를 기록했다”며 “한국의 경제력 순위도 이와 비슷한 걸 보면, 여성 인권 신장이 한 국가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잉락 총리는 “한국의 여성 장관과 국회의원 등 각 분야 상당수가 이화여대 출신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사회 각 분야 ‘여성 1호’를 배출하는 데 힘써달라”는 말을 끝으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당초 40분간 진행 예정이었던 강연은 불과 13분 만에 끝났다.
이화여대 측은 “이날 오후 열린 경제 4단체장 주최 오찬 등의 일정 때문에 예정보다 빨리 끝났다”고 해명했지만,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끝난 거냐” “이대로 가도 되는 거냐”는 웅성거림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동아시아 국제 관계’ 수업의 일환으로 강연에 참석한 김모씨(22·정치외교학과)는 “딱히 들을 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 같다”며 허탈해 했다. “일정이 바뀌기 전 실무진끼리 협의해 학생들에게 먼저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왔다.
잉락 총리의 방한 과정에서의 ‘의전 소홀’ 문제는 강연 전날인 25일에도 불거졌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 여주 이포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잉락 총리가 사업 홍보 동영상을 보고 질문을 했지만, 영어 통역이 준비되지 않아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겉도는 답변만 되풀이해 빈축을 샀다.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국의 치수(治水) 정책을 배우고 국내 기업의 태국 투자를 유치하러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잉락 총리가 한국에서 겪은 엉성한 의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하헌형 지식사회부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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