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착륙’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제조업 관련 경기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과 무역마찰 등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조차 1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경기 하강 속도 빨라져

"제조업 심상치않네"…중국 경착륙 우려
26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업종 성장률은 5%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철강협회가 올해 판매량이 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데 이어 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당초 8%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5%로 내렸다. 1~2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5.96% 줄어들었다.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면서 건자재 및 가전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2월 시멘트 생산량은 4.8% 증가하는 데 그쳤고, 가전시장은 지난해 이구환신(새 가전제품을 살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제도) 등 소비진작책이 일부 종료되면서 시장 규모가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HSBC가 조사한 중국의 3월 예비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1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왕젠(王建) 발전개혁위원회 중국거시경제학회 비서장은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1.4%이지만 올해가 윤년이어서 2월이 하루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드리안 모앗 JP모건 이머징마켓전략가도 “주요 업종의 판매량 수치를 보면 중국은 이미 경착륙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가와 무역마찰도 변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최근 “올해 중국은 8~9%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만일 중국이 미국의 무역 압력에 굴복할 경우 경착륙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이 경기침체 원인에 대해 ‘중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게 중국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의 무역흑자 규모는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월에는 사상 최대 수준인 315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유가도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99달러 수준에서 최근 125달러까지 폭등했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3.2%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재정 및 통화정책에 큰 제약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기관들이 경착륙 우려가 다소 성급하다며 8%대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샤빈(夏斌)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금융연구소장은 “많은 중국 지방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10% 이상으로 잡고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와 노무라증권은 최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은 7.9%에서 8.2%로, 도이체방크는 8.3%에서 8.6%로 각각 높였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