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웃는 '토익 족집게'  해커스…여전히 '기출문제 장사'
“지난 1월과 2월에 치른 토익 기출 문제입니다. 필기하거나 유출하면 안돼요.”(해커스어학원 강사 A씨)

3월 토익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해커스어학원 강남4별관 3층 강의실.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수업에는 주말임에도 수강생 100여명이 몰려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수업은 지난 1월과 2월에 치러진 기출문제 풀이로 진행됐다. 수업 중 잠깐 비쳐진 강사 A씨의 컴퓨터 화면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 치러진 토익시험을 복원한 파일이 담겨 있었다.

강사 A씨는 수업 중간에 기출문제로 수업하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의식한 듯 “기출문제를 외부로 유출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수업을 중단하겠다”고 몇 번씩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 ‘족집게’로 알려진 인기 강사다.

지난달 6일 첨단장비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토익 문제를 유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해커스어학원의 강사들이 여전히 ‘기출문제 장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비웃는 '토익 족집게'  해커스…여전히 '기출문제 장사'
학원 강사들은 검찰 발표 직후 치러진 2월 토익시험 기출문제도 입수해 버젓이 강의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수업을 들은 이모씨(32)는 “더 이상 기출문제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지난달 시험문제 대부분이 복원돼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토익 문제를 유출, 영리목적으로 강의 등에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학원 측은 “강사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발뺌했다. 해커스어학원 측은 “강사들이 기출문제로 수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강사 개인이 하는 것까지 일일이 막을 수 없었다”며 “강의 금지 등의 징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고백은 학원 측의 설명과는 판이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김모씨(32)는 “얼마 전에는 11월과 12월 기출문제를 풀어줬다”며 “검찰수사에 아랑곳 않고 수업시간에 기출문제 풀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원 규정’이라며 수강생들에게 기출문제의 외부 반출을 금지했던 강사 A씨도 강의 후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시험 문제를 직접 빼온 것은 아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입수했다”며 “이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해커스어학원 측은 빼돌린 문제들을 시험 직후에 인터넷 게시판에 거의 실시간으로 신속히 올렸다가 다음날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강생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오다 지난달 검찰에 적발됐다. 이 어학원은 설립 8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 당기순이익 360억원대(2010년 기준)로 토익 1위 학원으로 발돋움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