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총선 승리' 새누리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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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양대 선거는 상대의 헛발질이 승패를 갈랐다. 17대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한 방에 선거가 끝났다.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예상 의석 수가 50여석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탄핵 추진은 일거에 선거판도를 뒤흔들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152석)을 줍다시피 했다. 금배지를 너무나 쉽게 다는 바람에 붙여진 이름이 ‘탄돌이’다.
18대는 정 반대였다. 반(反) 노무현 정서가 선거를 휩쓸었다. 선거는 하나마나였다. 열린우리당 간판까지 내렸지만 떠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손쉽게 과반의석(153석)을 손에 쥐었다. 양대 선거는 말 그대로 헛발질 게임이었다.
與野 ‘헛발질 게임’ 으로 전락
보름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올초만 해도 18대 선거의 정반대 양상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정권심판론에 올라탄 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단독 과반 얘기까지 나왔다. 실제 분위기가 그랬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수도권에서 참패해 100석을 건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세였다. 상당수 여당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엔 한나라당 당명이 사라졌다. 불과 석 달 전이다. 14년 된 간판을 내리고 박근혜 전 대표를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건 이런 위기감의 표현이었다.
석 달이 지난 지금 새누리당 주변에서 총선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볼 만하다”는 차원을 넘어 1당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박근혜 마케팅’이 일조했지만, 분위기 반전의 1등공신은 역시 야당이었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에 도취한 탓일까. 연초부터 민주당의 헛발질 행보는 멈출 줄을 몰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추진을 둘러싼 말바꾸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구태 공천은 자살사태까지 야기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둘러싼 야권연대 파열음은 그 대미였다.
선거 구도·바람…모두 불리
선거의 승패와 직결된 선거 구도와 바람, 숨은 표 가운데 새누리당에 유리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야권 연대로 조성된 여야의 1 대 1구도는 여당에 절대 불리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미 그 위력이 입증됐다. 뭉쳐도 모자랄 판에 보수는 분열돼 있다.
게다가 반MB 정서는 엄연한 현실로 야당 바람의 출발점이다. 먹고 살기 힘들 때마다 정권심판론이 먹혔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서민들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해진 작금의 상황은 여당에 분명히 ‘빨간 불’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5~7%의 숨은 표도 야당몫이다.
여론조사에서 나온 야당후보의 지지율에 7%포인트를 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1당 운운은 대단한 착각이다. 새누리당이 정말로 이번 선거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그것 자체가 엄청난 헛발질임에 분명하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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